비트코인 모금이 비정부기구의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전세계에서 반(反) 러시아, 친(親) 우크라이나 자원봉사단체와 해킹그룹으로 비트코인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화폐는 자금 출처가 드러날 수 있지만 가상자산은 기부자의 익명성이 보장돼 비정부기구(NGO)의 새로운 자금 동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블록체인 기업 엘립틱이 8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하는 자원봉사단체들이 지난해 가상자산으로 총 55만달러(약 6억 6000만원)를 모았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단체가 2020년에 모금한 가상자산은 6000달러(약 700만원)에 불과했다. 1년 새 약 100배로 불어난 셈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 침공 공포가 커지면서 비트코인 기부액도 따라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은 익명으로 주고 받을 수 있고, 금융기관의 자금 이체 승인이 필요없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2020년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해 일부 국내 화폐로 송금 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등 금융 거래를 강화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은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엘립틱은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이 특히 외국 자금을 모을 때 강력한 대안임이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키예프에 본부를 둔 컴백얼라이브(Come Back Alive)라는 단체는 작년 8월 이후 14번에 걸쳐 가상자산 모금액 16만 6781달러(약 2억원)를 모았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드론, 소총, 이동식 감시시스템 같은 군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 디지털지갑 주소와 은행 계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의 결제코드까지 공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로이터통신에 "기부자들의 요청으로 비트코인 지갑을 열게 됐으며, 모든 사람들이 우리 단체에 편하게 응원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가상자산 모금액을 앞으로 있을 프로젝트들을 위해 남겨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해커들의 모임인 우크라이나사이버연맹(Ukrainian Cyber Alliance)은 작년 한해 10만달러(약 1억 2000만원)를 모았다. 이 단체는 로이터에 "대규모 모금 캠페인을 벌인 적이 없다"며, 개인 기부자들이 십시일반 보태준 돈이라는 설명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 안보와 정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 우크라이나 군부에 넘겨주는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내 친러인사들 '신상털기' 활동을 하는 미트로보레츠센터(Myrotvorets Center)가 26만7000달러(3억 2000만원), 벨라루시안사이버파티즌(Belarusian Cyber-Partisans)이 현재 가치로 15만5000달러(약 1억9000만원)의 자금을 각각 비트코인으로 조달했다.

벨라루시안사이버파티즌은 기존 화폐는 안전한 방법으로 모금하기 어려워 비트코인으로만 모금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메시징앱 텔레그램, 트위터 등에 비트코인 디지털 지갑 주소를 보내는데 팔로워 수는 6만7000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