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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다윗을 키우자]와이브레인 “이제 ‘전자약’으로 집에서도 우울증 치료 가능”
미세전기로 전두엽 자극 '마인드스팀' 개발
병원 안 가고 환자 자가치료 ‘3세대 치료제’
식약처 승인 이어 美 FDA 도전 글로벌 개척
이기원 대표 “올해 전자약 현실화되는 원년
올 3분기 상장후 정신과 점유율 30% 목표”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가 전기자극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전자치료제 ‘마인드스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와이브레인은 전기자극을 이용한 비수술 방식으로 항우울 효과를 낼 수 있는 효능을 임상에서 입증했다. [회사 제공]

우울의 시대다. 코로나19로 반강제적 집콕생활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폭등으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의 상실감은 크다. 폐업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은 밤잠을 설친다. 이 모든 것이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이처럼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추산하는 정신과 환자 수는 100만명, 서울대병원이 추산한 우울증 환자는 270만명이다. 잠재적 우울증 환자는 1000만명대에 이를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에 지나지 않는다.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과를 찾거나 항우울제를 먹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

와이브레인(대표 이기원)은 이런 우울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먹는 약이 아닌 전기자극으로 집에서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게 한 것.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KAIST 박사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메모리 개발을 한 전형적인 이공계 출신 연구원이다. 이 대표는 어떻게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헬스케어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만든 기술로 세상이 바뀌었으면 하는 공대생 마인드가 있었다”며 “삼성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나간 모임에서 전기자극 기술에 대한 얘기를 듣고 바로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바로 창업을 결정하고 가족을 설득했다. 며칠 동안 밤잠을 안자고 해당 기술의 개발 현황과 특허 등을 모두 조사했다”고 말하는 이 대표.

그는 이 전기자극 기술을 어디에 쓸 수 있을지, 어떤 일을 먼저 해야 의미 있을지 고민했다. 어려운 문제부터 먼저 풀자는 생각에 치료가 가장 어렵다는 우울증과 치매를 선택했다. 창업 당시 가족 중 정신질환을 겪는 이까지 생기면서 이 대표의 선택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게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이다. 작용기전은 미세한 전기자극을 통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저하된 전두엽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 대표는 “우울증 전자약은 화학약물과는 다르게 전두엽을 자극해서 치료하는 방식이다. 전두엽은 편도체라는 감정기능이 회로로 연결돼 있어서 세로토닌(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우울감을 지워줌) 조절이 가능하다”며 “임상을 통해 전기자극을 이용한 비수술 방식으로 세로토닌을 자극해 항우울 효과를 낼 수 있는 효능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약은 화학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개념의 약이다. 화학약물의 경우 질환부위만 정확하게 표적해 치료하기 어렵고, 전신 부작용 등의 안전성 문제가 있어 특히 뇌질환 분야에서는 신약이 나오기 어렵다.

이 대표는 “마인드스팀은 가장 안전한 레벨의 미세전기를 이용하는 최신의 기술을 적용했다. 집에서 환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전자약을 개발해 주요우울장애 치료로 허가를 받은 사례는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가 최초”라며 “임상 결과에 따르면, 경증 및 중등증 환자가 매일 30분씩 6주 사용했을 때 62.8%의 관해율(완치)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동일한 조건에서 항우울제가 50%로 나타났고, 항우울증제와 같이 사용 시 부스팅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규환자 및 항우울제를 쓰기 어려운 환자들도 사용이 가능할 것을 보인다. 단독 사용도 가능하고, 항우울제와 병용 시 더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인드스팀은 매번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재택치료가 가능한 게 장점. 의료진이 병원용 스테이션에 전류의 강도, 자극시간 및 빈도 등의 처방정보를 입력하면, 환자는 처방내역이 저장된 휴대용 모듈과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헤어밴드를 착용만 하고 있으면 된다.

이 대표는 “전류의 양과 시간이 처방되면 환자는 그 처방대로만 사용이 가능해 오남용을 원천 차단한다. 또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순응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효과적인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인드스팀에는 새로운 뇌신경자극 기술과 재택 사용을 위한 자동화, 안전성, 편의성 및 원격관리를 위한 총 20여개의 특허기술이 적용됐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4월 식약처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나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재택 전자약은 디지털치료제 중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되며, 이 분야에서 유일한 허가사례가 됐다”며 “과기정통부가 뇌과학 기술분야에 5년간 6800억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2022년은 전자약이 현실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창업해 10년차를 맞은 와이브레인은 올해 기업공개와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이 대표는 “1/4분기 내에 기술평가, 2분기 예비심사청구를 거쳐 3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장 이후 400개 정도의 정신과 전문 병·의원에 우리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울증 전자약 이외에 진단보조 시스템과 전자문진 시스템을 통해 병원시장에서 30%의 점유율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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