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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하늘에 별따기 된 세입자 구하기…입주단지는 전세 전쟁 중[부동산360]
1일 입주 시작한 길음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월세 물건만 200~300개 남아
전셋값 두세달 전 대비 2억 넘게 떨어져
“확연한 세입자 우위 시장”
전세시장 하락세 단정하기는 일러

매매시장에 이어 전세시장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달 1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아파트는 2029가구 대단지다. 성북구는 7주연속 전셋값이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집주인들이 연일 ‘아파트를 내놨는데 왜 집보러 오는 사람이 없냐’고 투덜거려요. 손님이 찾아와야 집을 보러가던 가격을 흥정을 하던 할텐데 문의자체가 없으니 방법이 없어요.”(길음동 A 공인 대표)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래미안 센터피스(2352가구)가 3년전에 입주를 할 때만 해도 근처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하지만 지금은 2000가구 입주가 시작돼 전월세 물건이 200~300개는 족히 남았는데도 한적하기만 해요.”(길음동 C 공인 대표)

매매시장에 이어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급 전세난을 보이던 전세 시장 흐름이 가격 변동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선데 이어 세입자들의 몸값은 높아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세입자들의 이동 수요가 적은데다, 대출규제 강화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4일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를 찾았다. 이달 1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는 2029가구 대단지에 현대백화점 미아점과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을 정도로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각종 편의시설을 즐길수 있는 주거권역)’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입주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채 안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근처 공인중개사무소들은 한가하기만 했다.

두세달 사이 전셋값이 많게는 2억원 넘게 떨어졌는데도 집을 찾는 사람이 없다.

B공인 대표는 “두달 전에 8억원까지 했던 전용면적 59㎡가 5억 중후반 까지 떨어지고, 10억원에 내놨던 84㎡가 현재는 7억 5000만원까지 나와있다”며 “가끔씩 신혼부부들이 54㎡를 물어올 뿐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84㎡는 찾는 사람이 더 없다”고 했다.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1월 31일 조사 기준) 성북구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4% 내리며 노원구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높은 하락율을 기록했다. 7주 연속 하락하고 있기도 하다.

매매시장에 이어 전세시장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달 1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아파트는 2029가구 대단지다. 성북구는 7주연속 전셋값이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내달 31일인 잔금지급일을 앞두고 좀 더 싸게 내놓으라고 집주인들을 설득하는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의 역할이 됐다. 계약에 닥쳐 갑작스럽게 임차인들이 가격을 깎으려고 할 때 집주인들이 요구사항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도 최근 분위기다. 다른 세입자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인 관계자들은 “확연한 세입자 우위 시장이다”고 털어놨다.

강력한 대출규제에 이어 최근 금리까지 오르며 임차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가 포함된 물건을 더 많이 찾는다. 목돈을 대출받는게 어려운 것은 물론 최근 전세대출금리가 5%에 가까워지며 3%대에 머무는 전월세전환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통상 보증금 1억원당 30만원으로 계산을 하는데, 금리는 언제 오를지 모르는 반면 2년간 올라갈 걱정도 없는 월세가 훨씬 이득이라고 임차인들은 생각한다”며 “반면 집주인들은 최근 금리를 반영하지 못한 전월세전환율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내놓는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전세시장 하락세가 장기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018년 임차를 시작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물량들이 올해 7월 계약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C 공인 대표는 “올해 하반기가 되면 세입자들의 대이동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그 사이 천정부지로 뛴 시세를 임차인으로서는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만큼 그때가 되면 다시 입주인 우위 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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