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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금융사 임원 가중제재 수위 낮춘다… 위반 3개 이상만 가중
위법 2개 이상이면 가중 제재→위법 3개 이상으로 강화
금융위 “실무상 적용해오던 기준 명문화… 제재 완화 아냐”
“실무 기준 안 지켜도 되지만 법령 규정되면 지켜야” 지적
금융위원회.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 당국이 여러 건의 위법행위를 한 금융사 임원에 대한 가중 제재 요건을 손질해 제재 수위가 낮아질 전망이다. 당국은 그간 실무적으로 적용해오던 것을 명문화했을 뿐이라지만 사후적 제재에 치중하지 않겠다는 시장친화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규정 변경 예고했다.

개정안은 금융사 임원에 대해 동일한 검사에서 서로 관련 없는 위법·부당행위가 3개 이상(‘주의’ 수준의 제재에 해당하는 행위가 포함된 경우에는 4개) 경합하는 경우, 제재를 1단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위법·부당 행위가 2개 이상만 돼도 제재를 1단계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요건을 더 엄격히 한 것이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제재 수위 순으로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가령 한 임원이 각각 문책 경고와 주의적 경고 수준의 위반행위를 한 건씩 한 경우 현 규정대로라면 문책 경고보다 1단계 가중해 직무 정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규정이 바뀌면 제재 수위를 가중할 수 없게 된다.

실제 과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19~2020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2건의 위법행위가 드러난 바 있는데 규정이 바뀌면 가중 제재를 할 수 없다.

이는 지난해 당국 수장이 교체된 이후 시장친화적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여러 차례 사후적 제재보다는 사전적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금융사에 규제보다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큰 틀에서 이러한 방향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에 대해 실무적으로 적용해오던 것을 명문화한 것일 뿐이라며,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은 아니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안의 내용은 2009년부터 실무상 적용해오던 것이며, 규제를 받는 사람의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명문화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제재 수위가 낮아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우리금융 회장 역시 실무상 기준에 맞춰 가중 제재가 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사 직원에 대해서는 실무 기준을 반영해 2020년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해 3건 이상 위법행위를 한 경우 가중하도록 하고 있었다”며 “임원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무상 기준은 당국의 재량에 해당해 안 지켜도 무방하지만 이를 법령에 명문화하게 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명문화된 제재 규정 자체가 위법행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효과가 낮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직원에 대한 신분상 제재보다 금전적 제재가 바람직하다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신분상 제재가 낮아지는 만큼 금전적 제재를 강화해야 하는데 지금 당국은 신분상 제재만 낮추고 금전적 제재는 그대로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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