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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건설 조규상 회장 별세…“디벨로퍼 기업문화 전파”
아파트 브랜드 시대 개척
주택시장 흥망 함께 해
조규상 월드건설산업 대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조규상 월드건설산업 회장이 2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 월드건설산업측은 “조규상 회장이 2일 오후 5시3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조회장이 이끌던 월드건설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0년대 초중반 가장 크게 성공했던 건설사 중 한 곳이었다. 1983년 대구에서 월드건설을 설립한 조 회장은 90년대 후반부터 수도권에서 분양사업을 시작하며 승승장구 했다.

2001년 초까지 연매출액 3000억원 남짓한 중견 건설업체였던 월드건설은 2005년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했다. 당시 매출 1조원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업체와 비견되는 수준이었다. 2004년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분양에선 삼성·롯데 등 대형건설사를 제치고, 200대1이란 사상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건 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월드건설이 내놓은 아파트 브랜드 ‘월드메르디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었다. 월드건설이 1998년 10월 경기 파주 교하에서 첫선을 보인 ‘월드메르디앙’ 브랜드는 국내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랜드 홍보는 독보적이었다. 미스코리아 행사를 후원하면서 ‘미스 월드메르디앙’을 뽑기도 했고, 2003년 사이판 일본계 호텔을 인수해 새로 오픈한 ‘사이판 월드 리조트’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방에서부터 본격화한 주택 경기 침체라는 충격파가 예상보다 컸다. 단기간 급성장하면서 사업을 확대한 게 더욱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미분양이 쌓이고 경영난이 본격화했다.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2009년 4월 은행권으로부터 워크아웃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회생은 쉽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사이판월드리조트, 강남 월드메르디앙빌딩 등 자산 매각을 진행했지만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2010년 10월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는 처지까지 추락했다.

월드건설은 한동안 신규 분양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14년 월드건설의 계열사인 월드건설산업이 5년 8개월 만에 부산에서 신규 분양에 성공하며 부활했다. 이후 갖은 노력 끝에 2015년 법정관리에서 졸업했지만, 사세는 계속 약화됐다. 현재 월드건설산업은 장남 조대호 씨를 대표로, 전남 ‘월드메르디앙 구례’(264가구), ‘판교 월드메르디앙 레브’(24가구) 등 분양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주택시장의 흥망을 직접 겪으며 한 시대를 보냈다. 경기 여건과 정부 정책에 따라 한순간 흥하다가도 사정이 악화되면 한순간 무너지는 현상을 온몸으로 경험한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자)였다.

한 중견건설업계 관계자는 “고인은 부동산 디벨로퍼 중심의 기업문화를 전파한 1세대”라면서 “아파트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우리나라 주택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1호실에 차려졌다. 상주는 조대호 월드건설산업 사장이다. 발인은 5일 오전 7시 20분, 장지는 충북 괴산군 국립괴산호국원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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