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총을 쏘는 온라인 게임에 몰입된 10대가 어머니와 형제 등 일가족 4명에게 총을 쏴 살해하는 사건이 파키스탄에서 발생했다.

1일 AFP통신·파키스탄 매체 돈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펀자브주 라호르의 한 주택에서 어머니(45)와 아들(20), 두 딸(15, 14세) 등 가족 4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둘째 아들 자인 알리(14)는 혼자 살아남은 뒤 경찰에 자신은 간밤에 위층에 있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리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알리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펀자브주 경찰은 “알리가 1인칭 슈팅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배그)’에 빠져 대부분 시간을 방에서 보내던 중 게임에서 목표를 놓치자 이성을 잃고 어머니의 총을 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알리는 총을 들고 어머니가 잠든 방에 들어가 먼저 쏜 뒤 누나와 여동생, 형에게 잇따라 총구를 겨눴다.

알리는 체포된 뒤 경찰에 “총을 집 근처 배수로에 던져 버렸다”며 “게임에서처럼 가족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주 정부와 연방정부에 촉구했다.

‘배그’로 인한 사망 사건은 라호르시에서만 이번이 네 번째로, 앞서 2020년부터 이 게임 때문에 젊은 게임 이용자 3명이 목숨을 끊은 바 있다. 파키스탄 통신 당국은 폭력 콘텐츠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2020년 7월 이 게임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기도 했다.

라호르 한 시민은 이 사건 이후 “당국이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즉각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국민 보호의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며 법원에 제소했고, 라호르 고등법원이 전날 심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