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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대선후보들, 교육공약 청사진 제시해야

‘한국의 힘’은 역시 사람, 즉 인재에서 나온다. 해방 후 77년 동안 지금처럼 한국이 선진국으로 당당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육을 통한 꾸준한 인재 양성이 있다. ‘한강의 기적’은 단순히 경제성장 때문만이 아니다. 양질의 학교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 덕도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기적을 만들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과연 노력하고 있는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 왔는데도 유력 후보들이 속속 발표하는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공약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욕설’과 ‘무속’의 논란 속에서 미래의 비전과 국가경영의 거대담론이 실종된 지 오래다. 과거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청사진, 이명박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 문재인 후보는 소득주도성장을 각각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국가경영의 청사진도, 미래 먹거리의 비전도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실제 소위 ‘백년대계’라는 교육공약을 살펴보면 더 초라하다. 이재명 후보의 수능 ‘킬러문항’ 제외, 윤석열 후보의 정시 확대, 안철수 후보의 수시 폐지, 심상정 후보의 무료 MOOC(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 공공플랫폼 구축 같이 작은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프랑스는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과 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정부가 뒷받침한다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메타버스·로봇·AI기술 시대를 맞아 미래 세대가 첨단기술을 어릴 때부터 준비하도록 미래교육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중국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불필요한 사교육 부담을 없애기 위해 사교육시장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일본은 아예 ‘사람 만들기 혁명’이란 과감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경쟁 상대인 선진국들이 미래를 위한 교육투자·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지금,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인재 중시 대통령’이 돼야 한다. 국가 백년지대계란 말이 너무 멀게 느껴지면 최소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라도 제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은 자녀 키우기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넘어, 국가에 분노한다. 각종 제도, 특히 입시제도는 왜 그렇게 자주 바뀌는지, 첫째와 둘째아이 키울 때 각각 다르고 너무 헷갈린다는 불만을 터트린다. 유·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가 MZ세대 자녀의 취업까지 걱정해야 하는 악순환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자녀 키우기가 ‘고통’이 아닌 ‘기쁨’이 될 공약을 대선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미래를 잘 준비해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느냐, 아니면 추락하느냐는 향후 10년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없는 한국은 암울할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고통까지 뒤따르게 될 것이다. 위기에 처한 한국호에 또 한 번의 ‘교육기적’을 만들 차기 지도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할 때마다 느껴지는 씁쓸한 뒷맛은 큰 아쉬움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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