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6일 1만3000명을 넘어섰다. 하루 만에 4000명 이상 늘었다. 실로 어머어마한 전파력이다. 확진자 증가는 이달 중순만 해도 하루 3000명대였다. 하지만 일주일도 안 된 지난 22일 7000명대로 올라서더니 또 사나흘 만에 훌쩍 두 배가 됐다.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의 전파율이 델타 변이의 3배라고 가정할 때 설 연휴 대규모 인구이동 이후인 2월중순 하루 확진자가 3만명에 달하고, 월말이면 10만명을 넘길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방역 당국은 이 같은 폭증세에 대비해 26일부터 방역·의료 체계를 전환, 감염 취약층에 진단과 치료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에 따라 동네 의원에서도 코로나19 진료와 검사가 가능토록 하고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상도 밀접접촉자, 신속항원검사 양성 확인자, 60대 이상 등 고위험군으로 축소된다.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면 격리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인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조치조차 광주, 전남, 평택, 안성 등 오미크론이 특히 많은 4곳에만 우선으로 시행된다. 현장의 준비 미흡으로 당장 전국 확대가 불가능하다. 일러도 이달 말이라고 한다. 게다가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확률이 50%도 안 돼 감염자가 활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응 체계의 전환이 확진자를 더 늘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오미크론의 대유행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 달 이상 늦게 왔다. 최근 6만명이 넘는 확진자를 내는 일본의 경우 한 달 전엔 불과 300여명 수준이었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 14일 80여만명을 정점으로 확연한 하락 추세로 돌아섰고 유럽도 지난 20일이 170만명으로 최고점이었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빚어진 의료 체계 붕괴, 유통 공급망 차질 등은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줬고 지금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중이다. 미국에선 식료품 부족 사태까지 벌어졌다. 군·경찰·소방·행정 등 사회필수시설의 정상 운영이 안 되기도 한다.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사태는 코로나 발생 초기의 혼란과 맞먹는다.

대유행이 늦게 온다는 건 그만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현재의 대응 수준으로는 5차 대유행의 충격을 알고도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발생했던 선례가 국내에서 되풀이된다면 방역 당국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늦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교사는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