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 잇단 정치쇄신 천명이 주목을 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안을 내놓았고, 앞서 김종민 의원은 ‘86 용퇴론’을 제기했다. 또 정성호 의원 등 이재명 후보 최측근 7명은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일절 맡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 후보 지지율이 좀처럼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이를 넘어서기 위한 강도 높은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유야 어떻든 그 파장이 정치권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면 정치판을 혁신하는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쇄신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송 대표의 쇄신안은 그 하나하나에 무게가 묵직하다. 송 대표는 우선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선 3곳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재보선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는 만큼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차원이다. 사실 책임정치는 우리 정치판에선 먼 나라 얘기다. 민주당만 해도 지난해 당규를 고치면서까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선 위성 정당 설립에 결국 가세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민주당의 재보선 무공천은 앞으로는 정도 정치를 하겠다는 반성과 대국민 약속인 셈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면 국민의힘도 귀책사유가 있는 서울 서초갑과 대구 중·남구 재보선 후보 공천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윤미향·이상직 의원 제명 약속도 의미가 있다. 제 식구 감싸기는 정치판의 고질적 관행으로 정치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하다. 그 이행 여부가 일련의 민주당 인적 쇄신의 진정성을 재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그밖에도 송 대표가 제시한 동일 지역구 4선 금지,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86 용퇴론’은 물갈이를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정치권으로 유인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86 세대’는 20년 전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며 정치권에 입성했다. 그런데 이제 그들 자신이 견고한 기득층으로 변했고, ‘내로남불’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의 쇄신안은 정치적 이해가 첨예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말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민주당이 행동하면 야당도 그냥 있지는 못할 것이다. 만에 하나 이 같은 쇄신안이 당장의 위기 모면을 위한 선거용 반짝 카드였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