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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찜닭 광고야, 드라마야?” 이러니 TV 버리고 넷플릭스 본다
KBS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 장면. 화면 뒤로 광고주의 상품이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KBS Drama']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드라마 주인공인 아들과 어머니가 찜닭 점포 개업 준비를 위해 본사를 방문한다. 주인공 뒤로는 찜닭 업체의 이름과 로고가 큼지막하게 보인다. 본사 직원은 “라면만 끓이실 수 있으면 찜닭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픈 이후에도 저희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설명한다. 이후 오븐에서 꺼낸 치즈 찜닭을 꺼내자 화면 가득히 음식이 잡힌다. 주인공은 메뉴의 사진을 찍고, 시식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지난해 6월 11일 방송된 KBS 일일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의 장면 중 일부다. 간접광고주의 제품 홍보가 무려 1분 30초 동안 지속됐다. 단순 로고 노출이 아니라 에피소드 속에 녹였다. 시청자들이 “이게 드라마야, 찜닭 창업 광고야”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의 ‘간접광고(PPL)’은 오래 전부터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드라마의 흐름과 관련없는 내용이 들어가거나 로고가 크게 부각되면서 몰입감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넷플릭스 등 OTT 오리지널 콘텐츠 이용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간접광고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 장면. 화면 뒤로 광고주의 업체명이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KBS Drama']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미스 몬테크리스토’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7조(간접 광고)에 따라 ‘주의’ 처분을 받았다. 법령이 허용한 간접광고 상품의 노출을 넘어 광고 문구, 음향 또는 이미지 사용, 특징·장점 등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부적절한 광고 효과를 주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85회, 87회의 일부 장면이 문제가 됐다.

김우석 방심위 위원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KBS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매우 중대하게 생각한다”며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성옥 방심위 위원 또한 “간접광고는 브랜드명이나 상품명 노출만 가능하고 내용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며 “그런데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강한 제재가 방송사들을 광고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는 약 253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 선지급을 통해 판권과 저작권 등을 확보한다. [넷플릭스]

방송사 드라마의 과도한 PPL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업계에 정착된 ‘선공급 후계약’ 구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공자(PP)는 플랫폼사에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계약을 나중에 맺는다. 콘텐츠 흥행·부진 결과를 보고 사용료를 계약을 맺기 때문에,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PP가 프로그램 사용료 수입 규모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협찬, 광고에 의존하게 된다.

반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선계약 후공급’을 원칙으로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경우 제작비와 일부 수익까지 먼저 지급한다. 제작자들이 PPL 없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시청자들이 PPL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방송사 드라마의 PPL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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