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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륵된 데이터센터…‘황금알 거위’ vs ‘전기 먹는 하마’
탄소배출량 감축에 딜레마
구글·메타·애플 등 美 빅테크
‘유럽 허브’ 아일랜드서 논란 가열
현재 순항 흐름에 제동 걸릴라
아일랜드 클로니에 위치한 메타 데이터센터의 모습. [메타 홈페이지]

“시민들을 먹여 살릴 생명줄” vs “과도한 전력 소비로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IT) 기술 발전에 있어 핵심 요소로 꼽히는 글로벌 빅데이터센터 유치·설립을 놓고 유럽 각국에서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향후 국가 경제의 수많은 일자리를 책임져 줄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이란 점에서 적극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과도한 전력을 소비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더디게 하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주범이란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구글, 메타 등 미국 국적 대형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를 유치, 빅테크의 ‘유럽 허브’로 자리매김한 아일랜드에서 이 같은 의견 충돌이 가장 첨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무역단체인 ‘호스트 인 아일랜드’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1년 5월 사이 아일랜드에 설립된 데이터센터 수는 전년 대비 25% 급증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추가 유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측은 ‘질 높은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은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 내에서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IT 산업에 3만7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고용돼 있으며, 수도인 더블린을 중심으로 연간 350억유로(약 47조3774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추가 유치할 경우, 이에 들어갈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 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점에서다.

아일랜드 국영 전력회사 얼그리드(Eirgrid)는 지난해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량이 아일랜드 전체 전력 소비량의 17%에 이른다고 최근 조사에서 밝혔다. 여기에 더해 2028년이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국가 전체 전력생산량의 30%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란 경고까지 내놓았다.

일각에선 데이터센터발(發) 전력 소비 증가세로 인해 아일랜드 정부가 국제 사회에 내놓은 탄소배출량 감축 약속을 지키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앞서 아일랜드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고 전체 전력의 8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아일랜드 지속가능에너지청(SEAI)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신재생에너지 전환률은 목표치의 2.5%포인트 가량 낮았다. 아일랜드 환경부 조차도 “데이터센터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탄소 제로(0)’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만큼은 전력 부족에 따른 ‘블랙아웃’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고(高)탄소 전력 생산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잇따라 평가 중이다.

환경단체 퓨처프루프글리어의 멜리나 샤프 환경운동가는 “데이터센터 등이 발생시키는 환경 오염은 1회용 플라스틱이나 비닐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위험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에 무해한 것처럼 여겨지는 데이터센터 등 빅데이터 산업들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 사용량이 논란거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플레볼란트주(州)의 소도지 제이볼더 지방의회가 메타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립을 승인했지만,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이 중앙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센터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맞서고 있다.

메타 네덜란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요량이 전체 네덜란드 풍력 발전량의 10%에 해당하는 1380기가와트시(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생에너지로 전력의 전량을 충당하겠다는 메타 측의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덴마크에 설치된 메타 데이터센터도 2030년께엔 덴마크 전체 전력생산량의 15%를 홀로 소비할 정도로 많은 전기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논란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을 각국 정부에만 미룰 것이 아니라 투자에 나서는 빅테크들도 구체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내놓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일랜드 메이누스대 패트릭 브레스니한 연구원은 “여전히 빅테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길 주저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빅테크에게도 대규모 전력 소비에 따른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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