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보공개 시스템인 ‘열린재정’에 나타난 통합재정수지는 속도위반이란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는데도 계속 가속페달을 밟아대는 폭주운전자를 연상케 한다.
나라의 가계부 격인 게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다. 그게 지난 3년간 적자다. 별로 긴 기간도 아니다. 1970·80년대엔 16년 연속 적자였다. 문제는 규모다. 그때는 그래 봐야 적자가 연간 1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마다 두 자릿수다. 2019년 12조원, 2020년엔 무려 71조2000억원이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는 2021년은 11월 말까지만 22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초과 세수가 60조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계획을 넘어선 적자는 어마어마했다. 올해는 더하다. 아예 빨간색 가계부를 작정하고 짠 예산인데 1월 14조원의 추경까지 진행한다. 그것만으로도 애초의 54조원 적자 전망은 7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연말이면 100조원도 훌쩍 넘길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확대재정의 필요성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영세상인들에 대한 지원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비효율적 재정 집행과 그로 인한 부작용들이다. 대부분 매표와 다름 없는 포퓰리즘 정치에서 비롯된 일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처음부터 핀셋형으로 필요한 곳에 적절한 지원을 했으면 재정 적자 규모는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은 병사 월급 200만원이나 탈모치료 건강보험 지원과 같이 재정 악화를 가속화할 공약들로 국민을 현혹시킨다. 아픈 곳의 치료가 아니라 들으면 기분만 좋아질 곳에 정부 돈을 쓰겠다는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재정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도를 넘는다. 재정 적자도 빚이다. 결국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 확실한 세원 확보 없는 재정 적자는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후유증은 바람개비처럼 돈다. 대규모 국채 발행은 실세 금리를 올리고 이자 부담을 늘린다. 감당이 안 된다 싶으면 돈을 찍어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 인플레에 치명타다. 중앙은행은 대응력을 잃고 경제는 도탄에 빠진다.
국가부채비율 50%, 60%를 따질 때가 아니다. 이미 인플레는 시작됐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중이다. 정부가 지자체에 공공요금 동결을 지시한 것은 역설적으로 인위적인 억제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쯤에서 한국은행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재정 적자의 확대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그만큼 통화정책은 더 고통스러운 긴축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만 올린다고 할 일 다하는 게 아니다. 국채 발행과 금리인상, 그게 엇박자 아니고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