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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믿을 건 로또뿐’, 하루 판매 141억원…年 5조 ‘역대 최대’
전년比 판매액 9.3% ‘껑충’
가장 많이 팔린 시기 ‘설 연휴’
1등은 564명…1조2283억원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경기 군포시에 사는 강모(32) 씨는 매주 금요일이 되면 서울 송파구 신천동을 찾는다. ‘로또 명당’으로 칭해지는 복권판매점에서 로또복권을 사기 위해서다. 강씨는 “원래도 인기가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줄 서는 사람이 두 배 이상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면 먼저 서울시내 아파트를 사겠다고 했다. 사실, 현 상황에선 1등에 당첨돼도 웬만큼 원하는 곳에 집을 살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씨는 “사람들이 점점 ‘로또 명당’으로 몰리는 것을 보면, 사회가 그만큼 더 팍팍해진 증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지난해 로또복권이 하루평균 팔린 규모가 14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부터 13년 연속 상승세다. 전통적으로 로또복권은 지갑이 얇아질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거론된다. 당장 정·재계에선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 같다”란 말도 나온다. 로또복권 측은 국민인식 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다른 사행산업의 축소 등을 판매 증가 배경으로 분석했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의 일평균 판매액은 141억원이다. 하루평균 1410만매가 팔린 셈이다. 이는 지난 2020년 일평균 판매액·판매량(129억원·1290만매)보다 9.3% 증가한 값이다. 지난해 일평균 판매액·판매량은 모두 로또복권 판매가 이뤄진 2002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로또복권 일평균 판매액은 2008년 이후부터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치를 보면 2016년 97억원, 2017년 104억원, 2018년 109억원, 2019년 118억원, 2020년 129억원 등이다. 상승세가 이어지면 올해는 하루평균 판매액이 15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판매액이 가장 많았던 회차는 설 연휴가 낀 950회차(2월 7~13일)였다. 판매액은 1089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량도 1억800만장을 훌쩍 넘겼다.

같은 기준 1등 당첨자는 모두 564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돌아간 전체 1등 당첨금은 1조2283억원이었다. 2등 당첨자는 3700명(당첨금 2047억원), 3등 당첨자는 14만2905명(당첨금 2047억원), 4등 당첨자는 694만2168명(당첨금 3471억원), 5등 당첨자는 1억1450만1346명(당첨금 5725억원)이었다. 지난해 로또복권 전체 판매액도 5조1371억원으로, 처음 5조원대에 진입했다. 팔린 양도 51억3710만장이다. 로또복권 전체 판매액은 2007년부터 14년 연속 증가했다. 최근 5년을 보면 2016년 3조5660억원, 2017년 3조7974억원, 2018년 3조9687억원, 2019년 4조3181억원, 2020년 4조7370억원 등으로 확인됐다.

로또복권은 점(占), 립스틱, 미니스커트 등과 함께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분류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달리 기댈 곳이 없는 서민이 복권이라도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판매량이 늘 수 있다는 게 전통적인 평이다.

전문가들은 서민을 불황의 늪으로 내몬 주범을 코로나19와 최근의 집값 폭등세를 꼽았다. 특히 지난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전국 주택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10%(9.93%)가량 치솟았다. 2020년 누적 상승률(5.36%)과 비교하면 4.5%포인트 넘는 격차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연합]

이와 관련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오락가락 코로나19 대책, 집값 폭등세와 함께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 등 현 정권의 실책 속에 국민이 로또복권 당첨이 아니면 희망을 찾기 힘든 상황에 내몰린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로또복권 측은 판매액·판매량 증가세를 놓고 복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원인으로 언급했다. 코로나19 이후 다른 사행산업의 운영이 축소된 데 따른 대체효과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로또복권 측은 “로또복권이 기부 등 좋은 방향으로 쓰인다는 데 대해 국민이 더욱 많이 알아가고 있다”며 “또 경마 등 다른 사업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풍선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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