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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있을때 집 값은 덜 올랐다 [부동산 플러스]
역대 대선·지방선거와 집값 변동률
대선 해 전국기준 5.03%…평년보다 낮아
국회의원 선거…집값 영향 가장 적어
선거보단 경기·주택수급이 집값 좌우
전문가 “수급불안에 당분간은 상승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가 치러지는 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가 있다. 각종 선심성 공약과 개발 공약이 많아지고,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연스럽게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진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월 9일 제 20대 대통령 선거와 6월 1일 제 8회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 여야 후보 모두 양도소득세를 낮춰주고, 대출을 좀 더 많이 해주며, 재건축 재개발 관련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가 되든 집값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역대 선거가 있었던 과거 주택시장의 모습을 자세히 되짚어 보면 예상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헤럴드경제가 KB국민은행 아파트 매매가격 시계열 자료를 활용해 직선제 선거가 시작된 1987년 이후 7번의 대통령선거, 9번의 국회의원 선거, 7번의 지방선거 시기 연간 집값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선거가 있었던 시기 집값은 오히려 평년보다 덜 올랐다.

▶국회의원 총선, 대선, 집값상승 효과 미미=집값 상승폭이 가장 적었던 때는 국회의원 선거 시기다. 1988년 13대부터 지난 2020년 21대까지 4년 주기로 모두 9번에 걸쳐 4월이면 어김없이 국회의원 총선이 있었다. 총선이 있었던 해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4.17% 올랐고, 전국 기준으론 3.63% 상승했다.

이는 1987년부터 2021년까지 35년간 서울과 전국 아파트값 연간 평균 상승률인 6.84%, 5.87%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통령 선거 때도 평년보다 못한 건 마찬가지다. 87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격으로 모두 7번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는데, 대선이 있었던 해 서울과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5.82%, 5.03% 각각 오르는 데 그쳤다. 역시 평년 수준 보다 낮은 변동률이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건 지방선거 시기였다. 지방 선거는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민선자치단체장이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2018년까지 4년마다 6월이면 어김없이 지자체장 선거가 있었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4년마다 모두 7번에 걸쳐 진행됐는데, 지자체장 선거가 있었던 해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8.05%, 전국 기준으론 4.52% 각각 뛰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특히 큰 데, 2002년 있었던 3회 지방선거와 2006년 4회 지방선거 당시 연간 20~30%씩 폭등했던 게 평균을 끌어올렸다. 2002년은 올해처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같이 있었던 시기다. 2001년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컸다. 2006년에는 서울 기초지자체별로 뉴타운 공약 기대감으로 강남은 물론 강북까지 전역이 폭등했다.

사실 집값 상승폭이 가장 큰 시기는 선거가 없었던 해다. 1987년부터 2021년 중 아무런 선거가 열리지 않았던 15개년 평균 서울과 전국 아파트값은 8.44%, 8.24% 각각 상승했다. 선거가 있었던 해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오름폭이다.

집값 장기 시계열 자료를 놓고 집값 흐름을 따져보면 집값 상승기나 하락기 모두 ‘선거’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대선이 있었던 기간은 대부분 전년보다 집값 상승폭이 줄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던 해인 2007년 전국 아파트값 오름폭(2.14%)은 전년(13.75%) 보다 크게 축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기던 해인 2012년 전국 집값(-0.18%)은 전년 상승(9.6%)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도 1.31% 오르는 데 그쳐 전년(1.5%) 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선거 이후 집값은 오히려 더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02년 전국 아파트값은 22.78% 올랐다가 2003년엔 9.57%로 상승폭이 대폭 줄었다. 노무현 정부 기간 유일하게 서울(-1.02%)은 물론 전국(-0.58%) 적으로 하락했던 2004년은 17대 총선이 있던 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엔 서울 아파트값이 3.57% 올랐으나, 이듬해인 2008년 3.2%로 상승폭이 줄었다. 2008년은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엔 5회 지방선거도 있었는데 서울 아파트값이 2.19% 하락 반전했다.

▶경제 상황이 집값에 더 큰 영향=사실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경제 상황이었다. 경기 여건 변화(소득, 금리, 환율, 유동성, 가계부채 등)나 주택 수급 상황(입주량, 멸실주택, 결혼 등 인구 변화, 새 아파트 분양 등)이 집값의 방향을 좌우했다.

1987년 노태우 정부 출범 후 연간 20%이상 폭등했던 집값이 잡힌 건 1기 신도시 공급 등 대대적인 주택공급 정책의 효과였다. 90년 37% 폭등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91년 -4.5% 변동률을 기록하면서 하락했고, 92년 -4.33%, 93년 -2.76% 등으로 집값을 떨어뜨리는 원동력이 됐다.

94년부터 물가 상승률 수준의 미미한 집값 변동률을 보이며 안정되던 주택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건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였다. 외환위기는 기업의 연쇄 도산, 대규모 실직 등으로 이어져 경기를 나락으로 몰았다. 결국 98년(전국 -13.56%, 서울 -14.6%) 집값은 급락했고, IMF 체제에서 졸업한 2001년까지 침체가 이어졌다.

1987년 이후 전국 아파트값이 연간 두 자리 수 오른 시기는 1988년, 1989년, 1990년, 2001년, 2002년, 2006년, 2021년으로 딱 7년뿐이다.

이렇게 많이 올랐던 시기 공통점은 경제순환과 관련이 깊다. 노태우 정권 때인 1988년부터 1990년은 연평균 경제 성장율이 10%대를 기록하던 때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2년, 2006년 때는 경기부양책이 쏟아지고 저금리 등으로 유동성이 급증하던 시기다. 부동산 시장 흐름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자주 언급하는 ‘한센 주기설(경기 사이클)’ 기준으로 ‘호황’기다.

이 주기를 기준으로 2021년을 포함한 최근 몇 년간 우리니라 주택시장은 호황기의 후반부 특징이 나타난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겪는 상황임에도 상대적으로 준수한 경제 성적, 저금리, 넘치는 유동성으로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이 크게 팽창했다.

집값 상승 시기 일반적으로 분양이 크게 늘어나는데, 문 정부 시기는 규제로 새 아파트 분양이 부족했다. 수급 불안은 집값 상승세를 한동안 더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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