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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소상공인 지원, 추경보다 예산 조기집행이 우선돼야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정치권에서 뜨겁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300만원씩 총 14조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재원의 대부분은 국가채무로 신규 조달한다. 여야는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하여 추경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일 경우 득표 전략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워진 소상공인에 대한 재정 지원은 당연하다. 그러나 굳이 대통령선거 2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급히 서둘러 추경까지 추진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 소상공인의 손실 보상을 지원한다면서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한두 달 내에 급히 돈 풀기를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원하는 경우라도 추경보다는 이미 올해 예산에 반영된 재정 지원을 조기에 집행하는 것이 우선적이어야 한다.

선거 국면이 아니라면 초특급으로 추경을 급히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추경이 예산 조기 집행에 비해 눈에 띄고 혜택을 주는 모양새가 강하고 기존 지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 국면에서는 추경을 선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점에서 세금 나눠주기식 선거 전략적 추경은 국가재정의 비효율만 높일 개연성이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추경 편성은 지난해에 초과 세수가 발생한 것도 원인일 수 있다. 지난해에 국세는 282조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약 60조원이 더 징수되어 34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세수의 3분의 1은 주택 가격 폭등과 활발한 주식거래 등과 관련된다.

세금이 급등함으로써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소비도 쪼그라들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도 힘들어졌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세수 추계의 잘못으로 늘어난 세금을 국채 상환이 아닌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이어지게 해서는 곤란하다.

소상공인의 손실 보상 등의 지원은 이미 2022년 예산에 반영되어 있다. 이 예산을 조기 집행이 아닌 추경으로 하겠다는 것은 재정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올해 예산안이 지난달에 통과됐고, 올해가 시작된 지 몇 주도 안 되었음에도 추경을 먼저 꺼내 든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2022년의 예산은 지난해 558조원에 비해 8.78%인 49조원이 늘어난 607조원의 초대형이다. 이 예산 중에는 소상공인 손실 보상, 비대상 업종 등 소상공인 저리자금 지원, 관광·체육·택시·버스기사 등 맞춤형 지원 등을 포함하여 약 10조원이 편성돼 있다. 손실 보상 하한액을 50만원 이상으로 하고, 유동성 공급을 위해 213만명에게 35조원의 융자 공급(1인당 약 1700만원)과 함께 이자 지원을 하는 것도 있다. 이런 예산을 소상공인을 위해 조기 집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추경에 소요될 재원은 14조원의 대규모로 예상된다. 이 재원의 대부분이 국가채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게 됨으로써,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6%보다 급등하고 있다. 국채이자만도 연간 20조원이 넘고 있다. 금리도 계속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를 마구 늘리게 되면 향후 국가채무 조달비용의 급상승으로 인하여 재정 리스크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구축통화를 갖고 있지 못한 국가에서 과도한 국가채무는 큰 부담이 된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고령화라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은 추경보다는 이미 편성되어 있는 예산을 우선으로 조기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지원은 재난지원금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기업 살리기의 차원에서 규제와 세금을 줄여주고, 주택 가격도 안정화시키는 등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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