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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농수산 수출 1000억弗 향해

2021년은 우리 농수산식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였다.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이 집계를 시작한 1971년 이래 최초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특히,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이뤄낸 성취여서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농어민들은 인력난 속에서도 양질의 농수산물 생산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수출업체와 바이어들은 온라인을 통해 활발히 교류하고 소통했다. HMM과 대한항공은 전용 선복과 항공기를 운영해 물류난 해소를 도왔고, 전 세계에 한류 붐을 일으킨 대한민국 콘텐츠는 K-푸드(K-Food)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BTS 공연 후 LA 한국식당이 때아닌 호황을 누린 것이 좋은 예다. 그동안 다양한 수출지원 정책을 펼쳐온 정부도 고비마다 발빠른 대처로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은 이처럼 민관이 함께 이뤄낸 자랑스러운 결실이다.

국가 전체 수출액인 6400억달러에서 농수산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보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등 공산품에 있어서는 무역 강국이지만 농수산식품 수출에 있어서는 후발 주자였다. 농수산식품은 생산·유통 과정에서 일정한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고, 서로 다른 수입국의 식품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등 수출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수산식품 수출의 가치는 산술적인 경제지표를 넘어선다. 국내 농어가 소득을 높이고 중소식품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김치를 담그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처럼, 먹거리를 통해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지금부터는 수출이 계단처럼 뛰어오르는, 이른바 ‘퀀텀 점프’가 일어날 수 있다. 네덜란드는 1975년 농산물 수출이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지금은 약 1000억달러를 수출하는 수출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교역량이 늘어나고 SNS가 활성화된 요즘에는 훨씬 더 짧은 시간 내에 더 높은 퀀텀 점프가 가능하다. 우리 농수산식품이 네덜란드와 같이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세심하게 읽고 반영해야 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높아진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 갈수록 엄격해지는 탄소배출 관련 규제 등 세계적인 흐름을 고려해 수출전략을 짜야 한다. 둘째, 도전적인 자세로 시장개척에 나서야 한다. 기존의 일본·중국에 편향된 구조를 극복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양대 시장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기존에 없던 수출방식도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 ‘식량·식품 종합가공 콤비나트’를 조성해 곡물터미널과 함께 제분 등 식품가공 단지를 유치한다면 가공된 밀가루나 곡물류를 중국에 수출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많은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은 100억달러 달성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제 출발선을 벗어났을 뿐이다. 그동안은 농수산식품 업계가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1000억달러를 향한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이 1977년 100억달러 돌파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며 세계 7대 수출강국으로 도약한 것처럼, 우리 농수산식품 분야도 이제 수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2022년이 ‘농수산식품 수출 강국’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김춘진 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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