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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크스칼럼] 홍남기의 경제성과 예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 말 233쪽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 경제 분야 36대 성과’라는 홍보 책자를 내놓고, 올 들어선 그간의 경제성과를 설파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글을 4회 올렸는데, 총 15차례 올린다고 하니 3·9 대선 전까지 경제성과 예찬이 계속될 모양이다.

하긴 그로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3년여 재임 동안 일본의 무역보복과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19 사태 등 파란의 연속에서 위기 극복과 피해·취약계층 지원,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홍남기가 아닌가. 재정을 더 풀라느니 반대로 퍼주기라느니 비난하는 여야 정치권의 협공과 핍박 속에서 나름 신념을 지키며 정책을 추진해온 최장수 경제사령탑이 아닌가.

실제로 치적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코로나 방역 및 경제위기 대응의 모범국가다. 코로나 이후 경제 역성장 폭은 주요 선진국 중 최저였고,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등 경제 총량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에서 10위로 올라섰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경제적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대규모 재정투입에도 재정 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가신용등급 역시 역대 최고다.

그뿐인가. 지난해 수출이 훨훨 날아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세계 8대 통상대국으로 자리 잡았고, 삼성전자·포스코 같은 주력 기업들은 코로나 위기를 넘어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 이외에도 성과를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민과 여론이 이를 알아주지 않으니 경제수장으로선 무척 야속하고 답답하며, 원망스럽기도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 모두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왜 그럴까. 정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이 국민들의 마음, 체감도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코로나 3년차를 맞은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득이 줄지 않았거나 늘었다 하더라도 경제성과를 수용할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다. 거리에 나가보면 임대·매각 공고를 내건 빈 점포가 수두룩하고, 청년층은 부동산값 폭등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다. 급등하는 물가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위협하고 있다. 경제성과 이면의 그늘이 매우 짙고,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린 불안 심리가 국민들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

때문에 이런 국민의 상처를 달래고 어려움을 덜어주는 게 우선으로 보인다. 고통받는 민생 현장을 찾아 설령 격앙된 원성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이룩한 경제성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민생과 국가경제를 위해 분골쇄신해온 그의 단심(丹心)을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자가 유랑 생활을 할 당시 군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제후들을 원망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不患人之不己知), 자기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患不知人也).”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사회의 그늘을 보듬는 정책과 행동을 이어갈 때 그간의 성과가 더욱 빛나지 않을까 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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