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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클로發 가격인상…日, 저물가 흔들
짙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유니클로CFO “손실감당 못할지경”
주요 日기업들 동참 가능성 촉각
정부 임금인상 독려 실효성 의문
스태그플레이션發 소비위축 우려

일본 중저가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굴복해 소비자 가격 인상을 전격 선언한 가운데, ‘눈치 보기’에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던 일본 주요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나쁜 엔저(低)’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는 상승하지만, 임금 상승 정체 현상에 국민들이 소비에 나서지 않으며 경기후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의 늪에 일본이 빠져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자카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도쿄 본사에서 열린 실적 보고회에서 “원료비·물류비 상승에 직면한 만큼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타케시 CFO는 “자사를 비롯해 일본 기업들 모두 (가격 인상을 배제하고)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는 치솟는 비용에 따른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가격 인상 방침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패스트리테일링 측은 ‘엔저’ 현상 심화도 원자재·연료·물류비용 상승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며 기업 비용을 급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로 최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니클로의 가격 인상 선언은 그동안 가격 인하 경쟁을 이끌었던 기업이 가격 현실화에 먼저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 불황(디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수입 물가가 올라도 이를 국내 상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며 ‘내부 희생’을 감당해왔다.

로이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인플레 압력에도 불구하고 14%만이 소비자 가격 인상에 나섰고, 40%의 기업들은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행에 나서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유니클로의 행보는 일본 기업들이 행동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본은행의 최근 조사에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5%로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물가 싼 일본(安い日本)’ 시대의 종말이 점차 다가오는 가운데, 일본 내부에선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이중 타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내각이 일본판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공영 NHK 방송이 지난 8~10일 성인 121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는 올해 임금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난을 호소하며 가격 인상까지 단행한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실질임금은 연 424만엔(약 4376만원)으로 1990년과 비교하면 고작 18만엔(4.4%) 올랐다.

일본 노린추킨은행(農林中央金庫) 미나미 다케시 연구원은 “다양한 제품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임금 인상 없는 가격 상승은 가뜩이나 취약한 소비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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