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러시아 대사가 1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상설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위기를 두고 러시아와 서방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 해법을 논의했지만, 이전 회동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합의점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미국을 포함한 57개 OSCE 참가국 대사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상설 이사회를 진행했다.

헬가 슈미트 OSCE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 지역의 상황이 “아주 위험한 상태”라며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참가국은 OSCE 회의에서 의미 있는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회의는 지난 10일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회담(스위스 제네바), 12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담(벨기에 브뤼셀)에 이어 양측의 입장차를 재확인한 자리가 됐다.

OSCE 의장국을 맡은 폴란드의 즈비그니에프 라우 외무장관은 “빈 회의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OSCE 지역의 전쟁 위험이 지난 3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우려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OSCE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서방 국가들이 안전보장 협상을 질질 끌면서 알맹이 없는 회담으로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합당한 시한 내에 우리의 제안에 대한 건설적 해답을 받지 못하고, 러시아에 대한 공세적 노선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는 불가피하게 전략적 균형 확보와 국가 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이후 그는 따로 기자 회견을 열고 “모든 논의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을 주장하는 서방의 우려에 대해서만 맴돌았다”며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향후 행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나토와의 안보 협상에 대한 종합적 보고를 받은 뒤, 언제 어떤 형식의 행보를 취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마이클 카펜터 OSCE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은 국가가 자국의 동맹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영향이나 제한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우리는 유럽의 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펜터 대사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협박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침략이나 위협을 통해 보상받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의 공격적 언사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하면서 해당 지역 내 군사적 위기가 고조됐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군사 지원하며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