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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주주홀대…자본시장의 불길한 조짐들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이 흥행을 거두며 마무리됐다. 덕분에 LG그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가총액 2위 기업을 가지며 재계 기업가치 순위도 4위에서 2위로 올라설 전망다. 하지만 LG엔솔이 판 ‘100조의 호수’에는 물적 분할로 LG화학 투자자들이 흘린 눈물도 녹아 있다. 이번 상장에서 LG화학은 구주를 팔아 2조550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올해 임직원들에 두둑한 성과급을 줄지도 모른다.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 때는 인적 분할에 열중하던 재계다. 요즘엔 유망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는 게 유행이다. 최대주주는 이익일지 몰라도, 유망사업 접근이 제한되는 소수주주에는 분명 손해다.

카카오의 도덕적 해이도 출발은 물적 분할이다. 카카오는 여러 사업부문을 분사하고 이를 연이어 상장했다. 시장은 미래가치를 인정해 높은 값을 쳐줬지만 회사는 제 손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투자자 돈으로 제 배를 먼저 불렸다. 자회사들 상장으로 주가가 오른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임직원에 부여한 1934만주의 스톡옵션 가운데 지난해 9월까지 166만주가 행사됐다. 차익은 약 1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영업이익(별도 기준)의 60%가 넘는다. 지난해 9월 말까지 카카오 직원 평균 급여는 1억3700만원이다. 삼성전자의 7500만원은 물론 네이버의 1억743만원보다 훨씬 많다.

물적 분할 외에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본급 300%+알파(α)’니 1000만원은 거뜬해 보인다. 직원 수 1만7000명인 국민은행에 적용하면 1700억원이다. 지난해 정부는 코로나19 부실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은행지주들의 배당을 제한했다. KB금융이 전년보다 줄인 배당금 액수도 1700억원이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은 올 3월 말 종료된다. 건전성 관리는 올해 더 중요하다. 지난해 주주가 1700억원 덜 받았으니, 올해는 임직원들이 1700억원을 안 받으면 어떨까?

1인당 최대 10억원을 주며 고임금 저효율 근로자를 줄이고 있는 게 은행의 현실이다. 그런데 순자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장가치가 창피한 줄도 모른다. 제 배만 불리느라 주주들을 홀대한 결과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의 대규모 횡령도 자본시장의 치부를 드러낸, 어이없는 사건이다. 기업 내부통제가 얼마나 허술하며, 외부 감사 강화를 빌미로 수수료만 더 챙긴 회계법인들의 탐욕과 무능을 보여준다. 이상 주식거래를 감지해야 할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나 감리를 담당하는 금융 당국의 허술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이제 어떤 기업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

거북이 등을 위에서 보면 이음새(朕)가 ‘조(兆)’자 모양으로 나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거북이 등을 갈라지게 해 그 모습으로 길흉을 점쳤다고 한다. 최근 시장에서 벌어지는 몇몇 현상을 보면 올해 우리 자본시장의 ‘조짐’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이젠 투자의 시대다. 새해 첫 대외 일정을 한국거래소로 잡을 정도로 유력 대선후보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 누가 되든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주주들이 제대로 된 권리와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시장의 질적 개선에 제대로 힘 써줬으면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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