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소통? 오너리스크?…양날의 SNS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키워드는 바로 ‘멸공’이다. 그 시작은 SNS를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자신의 SNS 게시물에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하더니 올해부턴 ‘멸공’으로 바꾸고 정치색이 드러난 이미지를 연이어 올렸다.

이후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야권 정치인들이 릴레이 멸공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부터 나경원·김진태 전 의원까지 이마트에 가서 멸치와 약콩, 라면 등을 구입하는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 이들이 산 ‘멸치’와 ‘콩’이 ‘멸공’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작 논란을 시작한 정 부회장은 ‘멸공’ 언급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치권의 ‘멸공 놀이’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사실 정 부회장이 해시태그 ‘#공산당이 싫어요’를 달 때까지만 해도 MZ(밀레니얼+Z)식 유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위트를 즐기는 정 부회장의 평소 성향을 볼 때 자신의 일상을 낡고 철 지난 멸공 키워드로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려고 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부터 북한 미사일 발사 사진까지 공산당과 관련한 직관적인 이미지를 올리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SNS 유머가 아니라 정치색이 뚜렷한 메시지가 된 것이다.

정 부회장의 멸공 후폭풍은 매우 컸다. 논란이 거셌던 지난 10일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네셔널 주가는 각각 6.8%와 5.34% 하락했다. 신세계I&C와 신세계푸드 등 그룹사도 3%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덕분에 이날 하루 동안 증발한 그룹사의 시가 총액은 2400억원에 달한다. 온라인상에서는 신세계 계열사들의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사실 기업 총수들에게 SNS는 ‘양날의 검’으로 인식돼왔다. 과거에도 SNS를 잘 활용하면 총수 개인의 이미지나 기업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지독한 오너 리스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멸공 사태 전만 해도 SNS 덕을 보는 기업인 중 하나였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나 이마트 등 계열사의 신제품을 SNS에 적절히 노출시켜 대중, 특히 MZ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SNS의 역풍은 순기능보다 압도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SNS에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며 가볍게 올렸다가 시가총액 17조원이 순식간에 날라갔고,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올린 메시지 탓에 벌금 2000만달러는 물론,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정 부회장 역시 그의 멸공 메시지 탓에 시총 하락을 경험한 데다 이마트, 스타벅스 등 계열사 불매운동의 단초를 제공했다.

SNS는 기업 총수들에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보통사람처럼 개인 자격으로 SNS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들의 메시지는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그가 운영하는 회사를 연상시키다 보니 공적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NS가 소통의 장이 아니라 오너리스크의 산실이 되지 않으려면 SNS 이용도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