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팔수록 느는 잔고…外人 ‘증시투자의 역설’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 살펴보니
최근 2년 연속 총 50조 순매도
작년 보유잔고 214조 사상최대
시장 충격없이 차익실현 성공
美·英 등 순매수 전환세 뚜렷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이 80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 규모를 경신했다.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로 주식을 내다팔았지만, 잔고는 오히려 더 불어난 셈이다. 살 때는 시장을 끌어올리지만, 팔 때는 시장 충격 없이 물량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절묘한 차익실현다.

10일 금융감독원의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해 팔아치운 국내 상장주식은 액수로 24조9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24조38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순매도 규모다. 미국이 7조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영국(-5조8200억원)·독일(-1조960억원)·일본(-8980억원)·중국(-489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순매수는 아일랜드(1조2000억원)와 룩셈부르크(3140억원) 등 일부 국가에 그쳤다.

작년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증권 보유 잔액은 785조2270억원으로 2020년(764조3300억원)을 넘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차익실현을 해도 잔고는 계속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외국인의 상장 채권 보유잔액이 214조150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모두 순매수·순투자를 이어가면서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 증권(주식+채권) 보유잔액은 12월말 기준 999조2000억원으로 다시 1000조원 선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7%에 머무르면서 6년 만에 2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2015년에도 28.6%로 내려간 적이 있다. 불과 4년 후인 2019년에는 다시 33.3%까지 치솟는다.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이 지난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LG화학으로 2조3420억원 규모다. 이어 SK텔레콤(1조2110억원), KB금융(8840억), 하이브(8160억원), 카카오뱅크(7850억원), 에코프로비엠(697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이 다시 돌아올 조짐이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당락이 있었던 지난달 29일부터 올해 6일까지 개인이 4조9574억원, 외국인이 803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5조8606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냈다. 외국인은 지난주에만 삼성전자 7161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를 감안하면 시장금리는 상승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제는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게 중요한데 이 가운데 반도체주가 가장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해 1월부터 순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외국인은 상장 채권 10조2300억원을 순매수하고 4조6750억원을 만기상환해 총 5조5550억원을 순투자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