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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다가오니 또 부동산통계 시끌
정부 통계와 민간 조사 결과 상이
2020년 4월 총선에도 유사 흐름

“선거철이 되자 정부가 또다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 한 유명 부동산 유튜버가 정부의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자, 수천개의 ‘좋아요’와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부동산원을 누가 믿나요’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기자가 지난달 25일 쓴 ‘상승세 커진 서울 집값?…또다시 엇갈린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기사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주간 서울 아파트값 시황 자료를 보니 KB국민은행이 작성한 건 상승폭이 다시 커지는 데, 부동산원 기준으론 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 포털에 올라간 이 기사엔 10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게 ‘부동산원 통계를 누가 믿냐!’였다.

부동산원 통계는 정부의 정책 판단의 근거로 활용된다.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모두 “집값이 하향 안정되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모두 부동산원 통계다. 부동산원 통계에 대한 불신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란 이야기다.

최근 들어 음모론 수준의 주장도 꽤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정부가 선거철을 맞아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거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해야 국민들이 여당에 대한 기대치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원 통계는 평소 KB국민은행 시황 조사 결과와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다가도 선거철만 되면 유난히 엇갈리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

당장 새해 첫째주(3일 기준) 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2% 올라 전주(0.04%) 보다 오름폭이 더 줄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조사로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08% 뛰어 전주(0.06%) 보다 오름폭이 다시 커졌다. 어느 쪽 시황을 보느냐에 따라 서울 전세 시황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 통계를 믿는다면 전셋값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것이고, KB국민은행 통계로 판단하면 봄 이사철을 맞아 다시 상승세가 본격화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2020년 4월15일 있었던 21대 총선 직전 정부는 반복적으로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근거는 물론 부동산원 통계다. 선거 운동이 한창인 1~3월 상황을 보자. 월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1월 0.45%, 2월 0.12%, 3월 0.1% 등으로 계속 줄었다. 그러다 주간 기준으로 3월 마지막주부터 4월 내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언론은 물론 ‘서울 아파트값 꺾였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당시 KB국민은행 시세 자료로는 월간이든 주간이든 단 한 번도 서울 아파트값이 꺾이지 않았다.

2021년 4월7일 보궐선거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부동산원 기준으론 집값 상승세가 안정을 찾고 있는데, KB국민은행 기준으론 그렇지 않았다.

집값 조사는 해당 지역 집값을 대표할 만한 ‘표본’을 정해 주간 혹은 월간 단위로 시세 변동률을 구하는 작업이다. 선거를 앞두고 하는 여론조사와 다르지 않다. 표본을 제대로 설계하는 게 중요한데, 주택의 위치, 건축연령, 층수, 가격대, 브랜드 등은 물론 실거래가 변동 없이 호가만 움직일 때 처리하는 방식 등 무수한 노하우가 쌓여 있다. 마치 여론 조사에서 성별, 연령, 지역, 학력 등은 물론 질문 내용이나 방식, 무응답자에 대한 처리 방법 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조사 방법이 정립돼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수치는 달라도 대체적인 경향성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사이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집값 조사 결과 차이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뒤에 뭔가가 있을 것이란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해진다. 도무지 납득이 안되기 때문이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불신이 크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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