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권영세 선대본부장 통해 尹측에 전달
“지하철 인사로 후보 달라진 모습 보여줘야”
“신지예 사퇴로 부족…젠더·게임특위 필요”
‘이준석 운전·윤석열 배달’ 제안했으나 무산
李 “제안 거부당해…당무 충실, 尹 무운 빈다”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제안했던 ‘연습문제’는 ▷지하철 출근길 인사 ▷젠더·게임 특별위원회 구성 ▷플랫폼노동 체험 등 세 가지였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특히 플랫폼노동 체험은 이 대표가 직접 운전을 하고 윤 후보가 배달에 나서는 등 ‘갈등 봉합’ 그림까지도 연출할 수 있는 유화적 제스처였으나 끝내 무산됐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전날 권영세 선대본부장을 통해 윤 후보 측에 이 같은 세 가지 제안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우선 윤 후보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당장 6일 지하철 출근길 인사부터 나설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전날 윤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을 선언하며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국민께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윤 후보가 지하철 출근길 인사에 나선 적은 없었다.
이 대표는 또, 윤 후보에게 등을 돌린 20·30대 젊은 층의 지지를 다시 끌어오기 위해 젠더·게임 특위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단순히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직에서 사퇴하는 것만으로는 떠나간 2030세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젠더·게임 특위의 위원장으로는 20·30대 청년을 대변해온 하태경 의원을 추천했다.
6일 저녁 일정으로는 플랫폼노동 체험을 제안했다. 윤 후보가 직접 배달기사로 나섬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배달기사들과 함께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며 윤 후보의 배달에 동참해 ‘함께 선거캠페인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만약 해당 제안이 성사됐다면 그간 마찰을 빚어왔던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갈등 봉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던 셈이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지난달 ‘울산 회동’ 직후에도 빨간 후드티를 맞춰 입고 선거캠페인에 나섰었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오늘 선거에 있어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 틔워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고 밝혔다.
기자들에게 공지된 윤 후보의 6일 일정에 자신이 제안한 지하철 인사, 플랫폼노동 체험 등이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제안이 거부됨에 따라 애초 참석 예정이었던 이날 의원총회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 갈등 봉합 가능성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시적으로 권 의원에게 ‘연습문제’를 드렸고, 어떻게 풀어주시느냐에 따라 앞으로 신뢰관계나 협력관계가 어느 정도 될지 알 것”이라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이 대표는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며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