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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건식,“넷플릭스, 한드 파급력 높였지만 시장 확장 한계도…양면 다 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
예산 많은 작품 제작환경엔 긍정적
저작권 불인정·망 중립성 등 부정적
넷플릭스 장·단점 모두 날카롭게 지적
한국 드라마 지속가능 성장 방향 제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2016년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는 한국 방송 콘텐츠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왔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등 흥행작들을 계속 내놓으면서 구독경제의 중심에서 시청 문화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이제 넷플릭스에 대한 연구는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글로벌 OTT 업체들이 줄줄이 국내에 진출한 상황에서 방송 콘텐츠 비즈니스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 점에서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이 쓴 책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한울아카데미)는 방송계에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만하다.

이 책의 미덕은 넷플릭스의 성공비결과 넷플릭스의 국내 드라마 제작현황, 넷플릭스가 일으킨 국내 드라마 시장의 변화 등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장점과 단점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모두 지적하고 제작 관계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전한 후 한국 드라마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한국드라마의 상황을 한 단계 높여놓은 점은 고맙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로만 들어오니까 한국드라마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유 소장은 “넷플릭스는 그동안 못만들었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게 해 파급력을 전세계로 넓혔다. 그동안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는 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에는 자본금 5천만원 규모의 영세한 제작자들이 많다. 이들이 100억짜리 드라마를 만들다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다. 그 점에서 넷플릭스의 긍정적 측면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는 것. 저작권 불인정, 추가 수익 배분 없는 구조, 망 중립성 문제, 역외 탈세 등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존재한다.

“IP(지식재산권)는 당장 가져오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상표 부착)과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생산자 개발방식)중 ODM이다. 넷플릭스(주문자)가 기획, 설계를 해야 OEM이다. 한국제작자(제조자)가 기획하고, 제작하지 않나. 넷플릭스는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인정해서 긍정적인 성격을 더 강화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는 드라마 제작비를 충분히 지원해주고 저작권을 100% 가져간다. 유 소장은 “넷플릭스의 구매기간은 통상 10년이다. 2~3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면 넷플릭스도 힘들어질 것이다. 한국제작사의 경우 제작비를 적게 받고 기간을 짧게 할 것인가, 많이 받고 기간을 길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접근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넷플릭스가 처음에 돈을 많이 줘 제작사도 불만이 없지만, 성공하면 추가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합의해야 한다. 저작권이 넷플릭스에 넘어가더라도, 2차 저작물은 공동으로 개발한다거나 하는 등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오징어게임’ 시즌2를 넷플릭스가 싸이런픽쳐스에 안 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2017년부터 리지듀얼(residuals)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콘텐츠가 재방영 되거나 해외에 판매될 때마다 작가협회와 실연자협회에 추가적 수익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유 소장은 “‘오징어게임’이 26주동안 넷플릭스에서 살아남아 그 이후부터는 리지듀얼을 작가와 감독에게 주게돼있다. 글로벌 표준 기업인 넷플릭스가 한국의 ‘오징어게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플TV+, 디즈니+ 등 글로벌 OTT가 들어오는 시점에 잘해야 한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다양한 딜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유 소장은 토종OTT들이 사는 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가입자 늘리기가 쉽지 않다. 좋은 콘텐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처럼 많은 돈 안들이고 소품으로 잘 만들어도 좋다. 동시에 글로벌 OTT와 싸우려면 토종들이 뭉쳐야 한다.”

유 소장은 “토종OTT는 콘텐츠 유저 인터페이스가 넷플릭스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 콘텐츠가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추천, 큐레이션(분류&배포)를 활용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태그가 많다. 가령, ‘여자가 좋아하는 범죄물’ 등 카테고리를 조합하면 7만개가 넘어간다. 이를 넷플릭스의 미시장르라고 한다”면서 “물론 이는 지정된 범위 내의 선택된 세계만을 제공해 문화 취향이 협소해질 위험이 있지만, OTT가 개인취향에 맞춰 ‘당신의 넷플릭스와 나의 넷플릭스는 다르다’고 하는 마케팅 차원에서는 효율이 매우 높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체계에 적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소장은 시즌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즌1은 손해, 시즌2는 본전,시즌3부터는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시즌5 이상 가면 큰 수익을 올린다. 시즌2를 하면 시즌1도 다시 뜬다. 넷플릭스 순위에 올라오면 다른 시즌도 주목받는다. 한 개의 시즌이 인기라도 구매할 때는 시즌 전체를 사야한다. 그 점에서 한국 드라마는 너무 아깝다. 배우가 다 바뀌고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 미국에서 괜히 시즌제를 하는 게 아니다. 메인 작가는 3대가 먹고살 수 있다.”

이 밖에도 유 소장은 PPL은 보일듯말듯 잘해야 하는데, 소탐대실할 수 있고, 국경을 넘을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유 소장은 1993년 KBS에 입사해 드라마국 팀장과 KBS아메리카 대표를 지냈다. 한국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굿닥터’를 미국 ABC의 2017~2018년 시즌으로 리메이크시키는 데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유 소장은 2007년 KBS BM(Business Manager) 1호로 선발돼 ‘성균관 스캔들’(2010년)을 프로듀싱하고 ‘학교2013’을 공동 제작했다. 저서 ‘미드와 한드, 무엇이 다른가’와 ‘넷플릭소노믹스’로 세종 학술상과 방송학회 저술상을 각각 받았고 ‘넷플릭스 효과’를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유 소장은 UCLA 익스텐션(Extension)에서 ‘프로듀싱’과 ‘엔터테인먼트 매지니먼트’ 자격을 취득했고 광운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상파에 근무하면서 방송 환경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방송 생태계의 전문가, 특히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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