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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이재명 후보와 그린벨트 ‘훼손’의 정당성

요즘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공약 관련 ‘우 클릭’ 행보로 혼란스럽다.

개발이익 100% 환수를 내세우며 국토보유세를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 가벼운 행보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완화, 일시적 2주택자에게까지만 진전됐지만 종부세 완화, 공시가격 재검토, 취득세 기준 상향, 민간재개발 활성화 등을 넘어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의 부분적 ‘훼손’ 필요성도 인정했다. 발 빠른 행보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아직은 구체적인 공약으로 확정되지 않은 방향성 제시에 불과한 것들이 많지만 하나하나가 임기응변이라고만 보기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적인 문제점들을 짚어가는 전체적인 줄거리가 읽힌다.

그중에서도 최근 화두인 그린벨트 활용 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진이다.

필자는 그린벨트와 연이 깊다. 이유는 박사 학위 논문 주제가 ‘서울대도시권 그린벨트의 경제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1990년을 전후해 진행된 그린벨트 관련 논쟁에서 도시계획가들이 경제학자들에게 밀리는 인상인 게 불만이었다. 당시 미국에 유학 간 필자는 가자마자 본의 아니게 부동산학과 연구조교를 시작하게 됐고 경제적 분석기법에 익숙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도시계획가들의 그린벨트 보전에 대한 주장을 경제학자의 논리로 풀어내겠다는 나름대로의 야심을 가지고 박사 논문을 시작했다. 그런데 논문이 끝날 때 필자가 얻은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성장 관리 수단인 그린벨트가 급속히 성장하는 도시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도시구조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비효율성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린벨트의 목적은 도시의 난개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 자연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서울을 벗어나 수원이나 고양, 남양주로 달리다 보면 그린벨트를 넘어서 아파트촌들이 점점이 이어진다. 그린벨트가 오히려 개구리점프식 난개발을 초래했다. 이렇게 점적으로 확산되고 그사이를 채워나간 택지개발지구들은 경기도의 양호한 허파인 녹지와 농지를 활용한 것들로 고집스럽게 그린벨트를 지켜온 대가다. 최근에는 해제 총량의 한도 내에서 경기도 지역 그린벨트 내에도 상당한 택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내 및 인근의 훼손된 그린벨트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사회적 비용은 적지 않다. 지금 개발이 확대 진행되고 있는 과천시 그린벨트지역이 1990년대에 개발되었더라면 2기 신도시인 화성 동탄이 그 먼 곳에 개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지금 화성 동탄 주민이 2~3시간의 낭비적 통근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그린벨트 내 도심 인근 개발이 우선되었다면 대중교통망의 손쉬운 확충으로 수도권 전체의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오래전에 발생시켰을 것이다.

그린벨트 활용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그린벨트를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기다려온 그 미래 세대가 인구축소기를 시작하는 지금 과거 세대에 비해 맞벌이로, 육아로 직장과의 접근성이 더욱 절실해진 현재의 청년 세대들이 아닐지 싶다. 이재명 후보의 주장대로 이제는 그린벨트를 청년 세대들을 위한 주거공간 제공을 위해 써야 하는 가장 적절한 시점일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구역을 포함하는 경기도 택지개발지구 계획들을 보면 생태등급도를 고려해 지나치게 꾸불꾸불한 지구경계선이 선택되고, 도심 인근인데도 저밀 개발이 강요된다. 이미 택지 개발을 선택했다면 합리적인 경계선과 개발 강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린벨트가 서울에 둘러쳐진 지 50년이 지났고 인구축소기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중심도시 인근만이라도 보전의 관점이 아닌 도시적 활용의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표현처럼 그린벨트의 부분적인 ‘훼손’도 수용하고, 서울시도 설득할 수 있는 다시 그리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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