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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탕카멘 권위’ 아무나 못썼던, 지금은 축제·시위·방역 누구나 쓴다
고대에서 현대까지…마스크史
신에 대한 경외심·닮고픈 욕망 투영
황금가면 제작해 시체와 함께 매장
흑사병 등 각종 팬데믹때도 등장
탈춤·무도회 등 유흥의 상징이자
권력 저항하는 시민 생존전략이기도

마스크는 인류의 역사 그 자체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오세아니아부터 극동지역까지 동서고금 막론하고 마스크는 인류와 함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제외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면을 써 본 경험이 있다. 방역에도, 축제에도, 변장에도 마스크는 쓰인다. 심지어 장난감, 관광기념품에도 세계 어디서나 마스크는 빠지지 않는다. 고대엔 신을 숭배하려는 경외심과 신을 닮고픈 욕심이 가면에 투영됐다. 이후엔 전염병을 막으려는 안간힘에, 범죄를 숨기려는 음흉함에, 권력에 저항하려는 의기에 마스크가 쓰였다. 용도에 따라 가면, 탈, 복면, 의료품 등 표현도, 명칭도 다양했다. 마스크의 유구한 역사다.

▶신을 숭배하다, 고대 마스크=고대의 마스크는 신의 영역이었다. 신을 숭배할 목적으로, 혹은 신과 같은 존재로 닮기 위한 매개물로 가면이 쓰였다. 질병, 죽음, 고통 등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영역에 직면할 때 가면이 등장했다. 생존자가 착용할 목적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나, 더 널리 활용된 건 시체와 같이 묻는 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고대 이집트 유물에서 발견되는 황금가면 등이 그 예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사후에 신과 같은 형태로 부활할 것이라 믿었다. 육체가 썩더라도 머리가 있어야만 영혼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믿음하에 머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가면을 제작, 장례에 포함시켰다.

중남미 지역 고대 문명권에도 가면은 널리 쓰였다. 아즈텍족은 고위 성직자 등이 죽으면 화장 전, 그리고 화장 후에 가면을 씌웠다. 신의 모습으로 분장하려는 사제들도 가면을 활용했다. 그 외에 살가죽 가면이나 해골 가면도 있다. 이때의 가면은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품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무의 도구, 축제 마스크=신과의 소통은 이후 축제로 진화했다. 마스크도 축제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다. 과거 귀족이나 사제 등의 전유물이었던 가면이 대중으로 전파된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 마스크 축제로 가장 유명한 건 ‘핼러윈’이다. 켈트인의 전통축제, 서우인(Samhain)에서 기원한 핼러윈은 죽음의 신에게 음식 등을 바치면서 악령을 쫓은 행사다. 이때 악령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 악령처럼 꾸미는 풍습이 오늘날 핼러윈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 오래된 축제 중 하나인 요알두나크(Joaldunak)는 악귀를 쫓고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다. 어깨엔 양가죽을 덮어쓰고 리본이 달린 고깔모자 등을 착용하며 변장한다. 이때에도 가면이 널리 활용된다.

일본도 가면이 축제에 널리 쓰이는 나라다. 일본 가면 중 가장 초창기 가면은 조몬시대(BC1만3000년~ 300년, 신석기)의 진흙가면이다. 지금도 일본은 풍작을 신에게 기원하는 신년축제 등에서 전국 어디서나 쉽게 가면의식을 접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의 가면은 전통 예극 노가쿠에 등장하는 노 가면들이다. 노송나무를 깎은 뒤 눈, 코, 입 등에 구멍을 뚫은 후 석고를 입혀 완성하는 가면이다. 노 가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한야 가면이다. 한때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질투가 심하고 복수에 불타는 귀신이 된 인물이다.

축제마다 괴물이나 동물을 형상화한 가면도 각국에 널리 쓰이는데, 이는 사육제에서 기인했다. 제물로 동물이나 사람을 죽여 바치는 전통의 제례 방식이 이후 야만인이나 동물을 형상화한 가면이 됐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선 공통적으로 사자놀이가 있다. 사자는 위험과 힘을 상징하는 동물로, 잡귀를 쫓고 복을 빌어주는 민속놀이로 사자놀이를 연다.

▶인류를 지키다, 방역 마스크=방역 마스크의 기원은 1300년대 페스트 창궐 당시부터다. 당시 매부리코를 한 새 모양의 가면을 썼고, 실제 방역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마스크는 시체 악취를 피하고자 향초나 마늘 등을 그 안에 넣었고, 새 모양의 가면 역시 주술적 의미가 담겼다는 점에서 온전한 의료용 마스크로 보긴 힘들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의료용 마스크는 1836년 영국 의사 줄리어스 제프리스가 폐질환을 앓는 여동생을 위해 처음 고안했다. 본격적으로 쓰인 건 1910년께 창궐한 만주 페스트 때다. 화교계 의사였던 우렌더가 마스크에의 의료적 효용성을 강조하며 이를 활용, 효과를 입증했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천 쪼가리로 무시무시한 세균을 막을 수 있다는 데에 수많은 서양인이 불신했으나 이후 많은 서양인 의사가 실제 희생된 반면, 우렌더의 처방을 받은 이들이 살아남은 걸 보고 본격적으로 의료용 마스크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때에도 마스크는 큰 효과를 봤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치료약 발명이 이뤄지지 않은 때에 마스크는 사실상 유일한 방역품으로 쓰였다. 그리고 또다시 마스크가 인류 전염병 위기에 등판한 건 모두 겪고 있듯, 바로 2020년 코로나 사태다.

▶범죄 도구냐 표현의 자유냐, 정치 마스크=오늘날 마스크는 축제나 방역 외에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코로나 초기, 미국 사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 논란에 시끄러웠다. 일차적으론 방역 효과에 대한 공방이기도 했지만, 더 깊게는 미국 사회 내 뿌리내린 마스크에 대한 반감도 한몫했다.

미국 내 마스크란 용어는 의료용 마스크 외에 복면(mask)으로 통칭된다. 미국은 다수 주에서 공공장소 내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을 시행 중이다. 법이 생긴 계기는 ‘KKK단’이었다. 백인 우월단체로, 이들은 복면을 쓴 채 흑인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고, 이에 대한 거센 반감이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 나아가 복면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같은 복면금지법이지만 정반대 의미도 있다. 홍콩의 ‘복면금지법’이 그 예다. 2019년 홍콩 내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자 홍콩정부는 이를 막고자 복면금지법을 제정했다. 한국 역시 2003년 시위 중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법제화 움직임이 있었다. 이 맥락에서의 마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뜻한다. 거대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세력들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는 또 다른 사회적 의미를 내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간관계에서의 친분 정도를 상징하는 잣대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강인욱 교수는 “아주 친하거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감추고 접촉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인류사에 없었다”며 “인간 진화의 주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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