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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바다서 1년에 1000마리씩 사라지는 상괭이 [LAST SEA : 한국 고래의 죽음]
그물에 걸려 말 그대로 질식사
7년만에 개체수 60% 사라져
2022년부터 혼획어업 수출 막혀

‘미소 천사’라는 별명처럼 항상 웃고 있는 상괭이(사진)는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다. 그런데 숨 쉬지 못해 죽는 상괭이가 1년에 1000마리를 넘어섰다. 한마디로 질식사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7년 만에 개체수가 60% 이상 감소했습니다.” 지난 11월 중순에 만난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는 냉동고에 보관돼 빳빳하게 굳은 상괭이 사체를 바라보며 “인간이 다른 한 종을 완전히 없애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상괭이는 인간처럼 폐호흡을 한다. 1~2분마다 한 번씩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와야 하는 이유다. 그런 상괭이가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한 가지, 인간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바다에 쳐 놓은 그물 때문이다.

상괭이가 죽어나가는 어구는 안강망이다. 얕은 바다에 설치해서 빠른 조류에 휩쓸리는 물고기를 그대로 잡아들이는 그물이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장은 “그물에서 탈출하려고 있는 힘을 다해 온몸을 흔드니까 머리와 입 주위에 상처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해양 생태계 최상위 동물인 상괭이가 사라지면, 상괭이 먹이인 소형 물고기 수가 급증한다. 이에 따라 소형 물고기가 먹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크게 줄어든다. 이는 다시 소형 물고기 수를 크게 떨어뜨리게 하고, 이어 소형 물고기를 먹는 바다생물의 수를 급감시킨다. 결국 텅 빈 바다만이 남게 된다.

김 교수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어민들을 ‘고래가 나타나서 고기가 안 잡힌다’ 말씀했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고래가 안 보이니까 고기도 안 온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국립수산과학원은 그물 끝에 구멍을 만들어 어구에 갇힌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는 그물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획 대상인 어류도 평균 5% 정도 빠져나갈 수 있다보니 어민 대다수는 여전히 상괭이 탈출 어구 사용을 꺼리고 있다.

미국의 개정된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에 의하면 당장 2022년부터 고래를 과다 혼획(잡고자 하는 종이 아닌 다른 종이 함께 잡히는 것)한 어업에서 생산한 수산물과 가공품이 전면 수입 금지된다. 우리로선 수출길이 막히는 것이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연구원은 “핵심은 사람이 얼마나 한 발 물러서서 지금 내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을 수 있는가다”라며 “동물한테 바뀌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이 서로 협의해 풀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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