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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많았는데…” 동해안 한국 귀신고래 어디로 [LAST SEA : 한국 고래의 죽음]
몸길이 16m·몸무게 45t 넘어
국내바다서 종적 감춘지 44년째
무분별 포경·지구 온난화 직격탄

19세기만 해도 우리나라 동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던 고래는 귀신고래(사진)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무려 16m에 이르고, 몸무게는 45t을 넘어선다. 그런데 이 거대한 고래가 44년째 한국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귀신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러시아 사할린으로 향한 장수진·김미연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연구원을 11월 중순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만났다. 두 연구원은 러시아 사할린 북동 바다에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귀신고래를 두 눈으로 확인한 장본인이다.

러시아 사할린으로 오는 귀신고래는 두 종이다. 한 종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남쪽 바다를 오가는 ‘한국계 귀신고래’다. 다른 한 종은 러시아 오호츠크 바다에서 알래스카와 캐나다, 미국, 멕시코 연해를 오가는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다.

그런데 지구상에 2만7000마리 이상 서식하는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와 달리 한국계 귀신고래는 단 150여 마리만 남았다. 100년 전만 해도 동해안에 출몰했던 한국계 귀신고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러시아, 일본의 포경선에 잡혀 목숨을 잃으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돈만 좇는 인간의 이기(利己)가 고래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1987년 한국에서 포경은 전면 금지됐다. 그런데 또 다른 죽음의 공포가 귀신고래를 덮쳤다. 지구 온난화다. 김 연구원은 “귀신고래는 극지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이나 새우 같은 작은 해양 생물군을 먹는다”라며 “그런데 바다 온도가 상승해 작은 해양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바다 환경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부터 번식을 마친 뒤 새끼를 데리고 베링해로 북상하던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가 굶주려 죽는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북미와 멕시코 해안에서 발견된 사체만 무려 384구에 이르자 올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상 사망 사태’를 선포했다.

“지금의 환경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어요.” 김 연구원의 설명 그대로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지역의 빙하가 빠르게 녹자 러시아 정부는 얼음층 밑에 묻혀 있는 가스전과 유전 사업을 확장했다. 해양 개발로 나오는 소음은 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고래의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60~70년이라는 긴 수명을 가진 귀신고래는 사는 동안 몸속에 탄소를 저장하고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때 고래가 심해로 가지고 가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한 마리당 평균 33톤이다. 33톤은 나무 1500그루가 매년 흡수하는 양이다. 이정아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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