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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실트론 사건, 공정위에 과징금 제도개선 숙제 남겼다
2000억원 미실현 주식차익, 매출액 인정 안돼…과징금 고작 8억원
매출액 어떻게 산정 숙제 남았지만, 미실현이익 어떻게…난관 봉착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국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에스케이 소속 에스케이㈜의 특수관계인 최태원 SK 그룹 회장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6억 원 부과 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SK실트론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에게 과징금 제도개선 숙제를 남긴 채 끝났다. 사건 결론이 최태원 SK 회장과 SK에 각각 과징금 8억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2000억원에 달하는 주식가치 상승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공정위가 최 회장에게 과징금 8억원 밖에 부과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자연인인 최 회장이 실트론 인수로 혜택을 본 매출액을 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4조의 2’에 따르면 매출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20억원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중 위법 중대성을 따져 20억원의 40%인 8억원을 부과한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매출액을 산정할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 최 회장이 20억원 가량에 달하는 이익만 올렸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태원이 취득한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 약 1967억원이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약 2000억원이 실트론 인수에 따른 부당이익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2000억원이 매출액으로 인정됐다면 과징금 규모는 훨씬 커진다. 2000억원의 5%는 100억원, 이중 40%인 40억원이 최 회장 과징금으로 부과되게 된다. SK도 마찬가지다. ‘해당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5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4조의 2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에 제도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을 어떻게 매출액으로 산정할지에 대한 기준점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도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거나 배당을 받는 등 실질적 이득을 본 적이 없다.

미실현 이익을 과징금을 산출할 판단 근거로 산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큰 난관이다. 직관적으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에 있는 기준에 따라 사후적으로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방안이 거론지만, 이 또한 공정거래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는 기본적으로 거래 시점 당시의 정상가격보다 얼마나 비싸거나 싸게 거래를 했는지를 따진다. 그러나 실트론 주가는 거래 이후에 상승한 경우다. 거래 당시 평가된 미래의 주식 가치보다 얼마나 싸게 샀는지 계산하는 것이 본질에 적합하지만, 과징금 결정에 도움되지는 않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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