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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수수’ 사면 없다는 공약 깬 文…세 번째 대통령 사면 배경은 (종합)
“국민 대화합 관점” 박근혜 전격 사면
9억 불법자금 수수 한명숙도 포함
최명길·최민희 등 선거법 위반자도 사면
중대 부패범죄 사면 제외 공약 깨져
운전면허 행정제재 98만명도 특별감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유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한 것은 중대 부패범죄 사범을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공약을 깬 것으로, 국민 통합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대통령 선거를 불과 두 달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법무부는 24일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사면 대상을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약 4년 9개월간 수감 중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선 가장 오랜 기간이다. 박 장관은 “사면은 국가 원수의 지위로서 대통령께서 하시는 고유 권한”이라며 “국민화합, 갈등의치 유 관점에서 대통령게서 고려한 것으로 안다, 사면심사위원회를 양일간 열었는데 양일 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심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선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2019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복권하면서 사실상 공약을 어겼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중대 부패범죄는 뇌물과 횡령,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을 말하는데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라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들어가 있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중대 부패범죄가 아니다’라는 설명이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중적 지지기반이 약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경우 이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형식논리로 복권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사업가 한만호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밖에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정치인들도 다수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최명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복권되면서 공직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고려해 1명을 복권하고,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2011년 희망버스 집회 등을 주도했던 송경동 씨도 복권했다.

민생사범도 대거 특별감면 조치를 받았다. 이번 사면에서 운전면허 관련 행정체재 특별감면을 받은 사람은 총 98만780명이다. 이 중 92만1614명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부과받은 벌점이 모두 삭제된다. 5082명은 면허정지와 취소처분이 철회되고, 5만4084명은 면호 재취득 결격기간을 해제했다. 다만 음주운전의 경우 1회 위반자라도 감면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조계에선 사면권이 빈번하게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법원이 독립적 판단으로 내린 판결을 단번에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을 받는 대통령 측근이 사면을 기대하고 항소나 상고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형을 확정짓는 경우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집행유예를 해주는 것보다 법무부에서 사면하는 권한이 훨씬 막강하다, 기준이 일관되지 않으면 3권 분립 차원에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은 일정 부분 사회 통합을 위한 대통령 권한 행사니까 존중받아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한명숙 전 총리는 명분이 부족하지 않나, 결국 현 정권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에 대한 특혜 아니냐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jyg97@heraldcorp.com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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