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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규모 성장세 넘어...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빚
GDP대비 106.5%로 급증
확대되는 가계 채무상환 부담
상위 30개국보다 빠른 증가세
대내외 충격 취약→소비 제약땐
거시금융·경제안정성 저해 우려

지난해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경제 규모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높여 가계의 채무상환부담도 확대시켰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의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거시금융·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빚 폭탄에 짓눌린 韓...금융 안정성에 경고등=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부채는 1844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이 8.8%, 기타대출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11.6% 증가하며 가계부채 전체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금융업권별 가계대출을 보면 은행(902.0조원)은 전년동기대비 9.9% 증가했고, 비은행금융기관(651.5조원)은 금융업 간 규제차이 등으로 인해 10.8% 늘어나면서 은행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6.5%로 전년동기대비 5.8% 높아졌다.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101.1%를 기록하며 가계신용 규모가 GDP 규모를 넘어선 이후 해당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소폭 개선됐지만, 가계의 ‘빚 부담’은 확대된 상황으로 이어진다. 실제 3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4.1%로, 전년동기대비 8.1%포인트(p) 상승했다. 다만 주식평가액 증가 등의 영향으로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5.8%로 전년동기대비 0.3%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부채 보유 차주 중에서 채무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의 비중은 소폭 하락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에 속하는 취약차주 수는 3분기 말 전체 차주의 6.2%로 전년말 대비 소폭 하락했다.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1%로 전년말 대비 소폭 줄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9%로 명목GDP(2020년) 상위 30개국 주요국 평균(63.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율 증가폭(31.7p)도 주요국 증가폭(6.9%p)보다 크게 높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국가에서 주택가격 조정이 상당 기간 진행되면서 대규모 비자발적 디레버리징을 경험했다”며 “우리나라는 이러한 상황을 겪지 않은 채 가계부채비율이 대체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실물경제에 비해 과도한 부채 수준은 거시금융·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소득수준에 비해 가계부채 규모가 클 경우 주택가격 하락 등의 충격이 민간소비 및 GDP를 더욱 큰 폭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소비를 제약할 수준까지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계부채가 누증될수록 대내외 충격에 금융·실물경제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회적 거리두기’에 위험도 커진 자영업자=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 있는 점도 금융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9월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14.2% 늘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여가서비스 등 대면서비스가, 소득분위별로는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임금근로자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소득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해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 등의 비자영업자보다 대출 규모가 크고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중 부동산담보 대출 비중이 69.3%로 비자영업자(55.7%)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환금성이 낮은 주택외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29%로 비자영업자(11.7%)의 2.5배 수준에 달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부동산가격 하락에 취약하다는 우려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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