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의 필수조건

최근 실손보험의 적자 문제 때문에 ‘보험회사 위기’ ‘보험사 연쇄파산’ 등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되어 가는데 국민을 불안케 하는 보도를 하루가 멀다고 접하게 된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등 코로나 반사이익으로 보험사의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최근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여건 악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인한 영업활동 위축 등을 고려하면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보험회사의 건전성 악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을 꼽는데 문제의 핵심인 비급여 보험금 지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일컫는 실손보험은 특히 최신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품질 좋은 비급여 의료서비스 수요의 증가가 실손보험 시장이 커지게 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손해보험회사 장기손해보험상품은 전체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장기손해보험상품 중 실손보험의 비중이 40%일 만큼 회사의 손익을 좌우하는 중요 상품인데, 장기손해보험의 전체 보험금 중 절반 이상이 실손보험에서 지출되다 보니 보험사의 손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 손실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손익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을 비급여 의료 건수의 증가와 비급여 진료비용의 고액화를 꼽고 있다. 금감원 발표 자료에 따르더라도 비급여 관련비용이 실손보험금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것은 손익 악화가 정도의 문제이지, 결국 대다수 계약자의 보험료의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금융 당국과 보험회사가 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인데 장기 계약이라는 보험회사 특성상 가장 중요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당장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지 모르나 근본적으로는 과잉 의료 근절을 위한 더 체계적인 비급여 관리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요양급여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의해 어느 정도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 및 통제가 이뤄지고 있으나 비급여는 병원과 환자의 사적 자체에 의해 당사자 간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공적 부문이 적극적으로 간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잉 진료에 의한 비급여는 결국 요양급여 재정에 다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호협력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실손보험 문제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보건 당국도 비급여 관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등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어느 일방이 이익을 얻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실손보험이 판매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비급여 과잉 진료 논란과 손해율 악화, 그리고 보험료 인상 논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험업계도 할 말은 있겠지만 처음부터 실손보험상품 구조상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킬 요인은 없었는지 좀 더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책임도 있으므로 보험료 인상 요인을 비급여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경제적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실손 보험료 인상 논란을 계기로 정부부처, 금융 당국, 보험업계뿐만 아니라 의료업계,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혜를 모아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 명실상부한 제2의 건강보험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nic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