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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저축은행업계, 메타버스는 ‘언감생심’

게임, 콘텐츠를 위시한 산업계는 물론이고 금융권에도 메타버스(Metaverse)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대형 은행은 이미 앞다퉈 메타버스를 활용한 차세대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구상에 고민하고 있다. 반면 2금융권인 저축은행업계는 당장 모바일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활용도에서도 시중은행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구조로 전환을 꾀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저축은행업계가 나선 것도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시중은행들이 앱을 통해 고객 유치와 상품 판매에 한참 나서고 있던 2018년이 돼서야 웰컴저축은행이 저축은행업계 처음으로 자체 앱 ‘웰컴디지털뱅크’를 출시했다. 이어 SBI저축은행이 2019년 6월 ‘사이다뱅크’ 출시 이후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하나씩 자체 앱을 출시하고 있다.

상위 몇몇 저축은행은 그나마 앱 개발과 담당인력 확보 여력이 있어서 앱 출시가 가능했다. 지주 계열사 저축은행은 지주사가 쓰던 플랫폼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앱 활용이 가능했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비용 부담이 커서 지금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시대까지 맞으면서 직장인의 스마트폰에는 보통 3~4개의 시중은행 앱이 깔려 있지만 저축은행 앱은 아직도 찾아보기 드문 이유다. 주 고객층이 갈린다는 업권의 특성도 있지만 중·저신용자들과 소상공인들의 수요를 감안하면 사업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구축이 늦은 셈이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난 2019년 30억원을 들여 모바일 플랫폼 ‘SB톡톡플러스’을 출시해 현재 67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그러나 앱을 통해서 예·적금 가입만 가능하고, 대출상품은 앱에서 접수해 해당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앱 내부에서 모든 절차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중앙회는 내년 사업계획에 중소형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통합 대출 플랫폼 관련 수요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참여 희망 회원사들이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을 나눠지기 때문에 개별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수요가 적으면 계획이 보류될 수도 있다.

모바일 앱 상황이 이러다 보니 메타버스는 더더욱 업계에서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OK금융그룹이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업계 처음으로 가입하는 등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메타버스 활용을 공식화한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시무식이나 사원교육 등 활용도가 회사 내부에 그치는 수준이다. 업계 자산 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은 메타버스사업 계획이 현재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금융업무를 기존 모바일 앱으로 충분히 가능해 굳이 메타버스 분야까지 확장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메타버스는 고사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저축은행업계가 기존 체계에 안주하면 ‘만년 2금융권’에 머물 수밖에 없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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