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늘 한끗이 아쉬운 면세 정책

정부가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비판받아왔던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를 전격 폐지했다. 지난 1979년 외화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었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 제도를 43년 만에 없애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외환 보유량이나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제도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점을 이제야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전향적으로 면세 규제를 완화한 것은 면세업계가 그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우리 면세업계는 연간 방문객 4800만여명, 매출액 24조8600억원 등을 자랑하며 세계 1위 달성을 목전에 두었던 ‘면세산업 강국’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직격탄을 맞으며 고꾸라졌다.

특히나 우리나라 면세산업은 이웃 나라인 중국과 비교되며 더욱 초라하게 보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면세산업 육성을 위해 하이난 해외 면세 쇼핑 한도를 1인당 3만위안(약 524만원)에서 10만위안(약 1769만원)으로 대폭 상향했고, 8000위안이던 면세 한도액을 아예 없앴다. 이와 함께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에 돌아간 후에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파격 조치까지 도입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는 대단했다. 면세 한도를 10만위안으로 올린 후 한 달간 하이난 면세점을 찾은 쇼핑객은 28만1000명.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늘어난 수준이다. 1인당 구매액도 3544위안(약 62만원)에서 7896위안(약 138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덕분에 현지 면세업체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지난해 스위스의 듀프리와 한국의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을 꺾고 글로벌 면세업계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면세업계 역시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 조치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면세점 구매 한도가 없어지면 고가의 명품 수요가 백화점에서 면세점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보복 소비와 리셀시장(Resell market·중고시장) 확대 등으로 거세진 명품 수요는 백화점으로 쏠리면서 오픈런을 연출할 정도로 뜨거웠다.

만약 백화점에 몰렸던 명품 수요가 면세점으로 돌아선다면 면세업계로선 ‘가뭄의 단비’처럼 다소 숨통을 틀 수 있다.

그런데도 필자는 정부 정책이 살짝 아쉽다. 중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면세 한도를 600달러로 유지했고,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기간도 6개월만 연장하는 데 그쳤다. 하늘길이 다시 닫힌 상황에서 면세쇼핑을 하려면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뿐인데 적은 면세 한도에 기대어 ‘비행기 티켓값’이라는 비용을 들여 명품 쇼핑을 할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

차라리 면세 한도를 대폭 높여 주었더라면, 올해 국정감사 때 여야가 공감했던 인터넷 면세점을 통한 외국인의 역직구를 허용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정부의 면세정책은 늘 한끗이 아쉽다.

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