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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타이거 우즈의 교육철학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지난 주말, 전세계 골프팬들의 눈이 타이거 우즈가 아닌 다른 한 사람에게 몰렸다. 바로 올해 12살 된 타이거 우즈의 아들 찰리다. 골퍼라면 모두가 가지고 싶어할 만한 아름다운 스윙에, 아빠의 탁월한 감각도 쏙 빼닮았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기 만의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언제나 아빠 타이거 우즈가 든든하게 서 있었다.

아직 먼 미래의 얘기지만, 사람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빠보다 더 잘치게 되지는 않을까. 언젠가 아빠의 기록을 깰 수 있을까. 그러나, 아빠 우즈는 이번 주 단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있었다. 아들과 같은 팀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우승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도 가장 중요한 건 함께 이 시간을 재밌게 보내는 거라고 다시 말했다. 찰리는 좋은 샷도 많이 보여줬지만 많은 리액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자기 샷에 몰입하고, 경기를 통한 경쟁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아이를 지켜주는 건 부모의 몫이다.

9개월이 지났지만, 타이거는 아직도 사고로 다친 오른쪽 다리와 발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다리를 절뚝이는 장면들도 많이 목격됐다. 그런 그가 굳이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이유는 바로 찰리가 지난 해 아빠와 같이 이 경기를 하며 너무 즐거웠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아들과 추억을 쌓는 것이 아빠인 타이거에게 가장 중요했다.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찰리와 PNC 챔피언십을 출전한 이후 허리 수술을 받았다. 이를 회복하는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올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딱 1년 후, 그는 이 대회에 출전한 이유가 아들과 함께 골프를 치면서, 아들의 샷을 가까이 보고 격려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본인은 비록 지금 원하는 샷을 보여줄 수 없다 해도 아들에게 경기할 때 생각해야 하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전략적으로 어떤 샷을 치는지, 어디서 어떻게 치는지를 얘기하고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상황을 리드하는 것보다 아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서 경험을 쌓게 해주는 방식이었다.

아빠와 코치의 역할을 어떻게 조절하고 있냐는 미디어의 질문에 타이거 우즈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 찰리의 아빠예요. 코치가 아니고요. 골프에 대해 본인이 배우고 싶으면 저한테 물어보겠죠. 전 그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제가 할 일은 부모로서 찰리가 우선순위를 잘 세우도록 하는 거죠. 학교가 최우선이고, 그리고 나서 운동을 하고 싶다면 하는 거죠. 그게 어떤 것이든 그렇게 하면 되죠. 우선순위가 잘 지켜지는 한. 그게 부모로서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기대나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을 훈련 지옥에 몰아넣거나 성과만 나오면 인성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결과지상주의 방식이 팽배한 시대에 타이거 우즈의 얘기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세워 아이들이 필요한 교육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을 돕고, 배려할 수 있는 인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한 골프 강국, 한국에서 타이거 우즈의 교육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 1등을 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kimjin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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