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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팬데믹…‘산타’가 사라진다
지구촌 고령층 코로나에 몸사려
60대 남성들 산타활동 “올스톱”
크리스마스 상징은 점점 실종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서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참가자가 썰매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지난 2년 가까이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그동안 우리가 알던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 덕분에 즐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던 ‘메리(Merry·즐거운) 크리스마스’의 꿈은 새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물거품이 되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4면

팬데믹은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 위협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산타로 활동하며 아이들에게 동심을 선물했던 60대 중반 남성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산타활동을 그만두며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선물 받을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대화를 나누는 등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산타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언론들의 분석이다.

미 CNN방송은 “산타로 일하는 60대 중반 남성들의 평균 몸무게는 248파운드(약 112㎏)”라며 “고령의 비만 남성은 코로나19 감염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산타고용업체 ‘하이어산타’의 설립자 미치 앨런은 “지난 18개월간 과거 산타로 일했던 335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코로나19 이외에 다른 질병에 의한 사망자도 포함된 수치지만 분명 다른 해보다 사망자 수가 두드러지게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산타인력 공급은 감소한 데 비해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보복 소비’로 산타 수요가 급증하며 일명 ‘산타대란’까지 발생하는 모양새다.

그 결과, 산타의 임금 수준은 10~15% 올랐고, 지난달 초부터 12월 24일까지 일할 경우 수입이 6000달러(약 710만원)에서 많게는 1만달러(1183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비용 부담에 민감한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산타를 만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州)에서 산타학교를 운영하는 수전 메스코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산타 수요는 팬데믹 이전인 2년 전보다 120% 늘었지만 공급 가능한 산타는 오히려 15% 줄었다”며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산타클로스를 보내 달라며 울먹인 여성도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이 같은 현실을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에 오시네(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이란 제목의 유명 캐럴 제목을 변형해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엔 오시지 않을 수도 있어(Santa Claus may not be coming to town)”란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산타의 부재는 과거와 달라진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 단면 중 하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경 봉쇄와 여행 자제 명령 등으로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대란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상승이 팬데믹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지갑을 더 얇게 만들어 크리스마스 밥상과 트리 및 선물상자를 더 빈약하게 만들고 있다. 서민의 연말파티 취소가 속출하고, 미 뉴욕 브로드웨이공연마저 다시 중단됐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아직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고, 회복의 길은 여전히 험난한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공중보건위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크리스마스는 과거와 똑같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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