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투·개표일인 19일 바르나바스 펑와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홍콩의 한 개표소에서 투표함을 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범민주진영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유권자들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30.2%의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선거제도 개편 이후 첫 실시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30.2%를 기록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14시간 동안 투표소 600곳에서 투표가 진행됐으나, 전체 유권자 447만2863명 중 총 135만680명만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30%를 겨우 넘겼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투표율 30.2%는 영국령이던 홍콩의 중국 반환이 이뤄진 1997년 이래 종전 최저 기록인 2000년 43.57%를 훨씬 밑돈다. 심지어 홍콩 반환 이전인 1991년 39.1%보다 더 낮다. 민주화 물결이 거세던 2016년에는 58.29%로 역대 최고였다.

홍콩 정부는 이날 하루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했으나 시민들의 발길을 투표장으로 이끌진 못했다.

중국은 지난 3월 말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개편했다. 의석수를 종전 70석에서 90석으로 늘려 선거인단 40석, 지역구 20석, 직능대표 30석을 선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홍콩 제1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범민주진영에선 후보를 전혀 내지 않으면서 투표는 ‘반쪽’ 짜리로 전락했다. 주요 민주진영 인사들은 대부분 2019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기소되거나 실형을 살고 있는 데다, 출마를 희망해도 정부 관리들로 꾸려진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야권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캐리 램 홍콩 장관 “낮은 투표율 아무것도 아니다. 홍콩 정부는 이번 선거 뿐 아니라 과거 선거에서도 투표율 목표치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그 보다는 “공정하고 열린 정직한 선거가 중요하다”고 관심을 돌렸다.

중국 신화통신은 19일 오후 5시30분까지 100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사실을 거론하며 선거 무력화를 시도한 외세의 “거짓과 비방”을 부셨다고 의미 부여했다. 신화는 선거인단 선출 40석의 투표 결과가 90% 이상임을 언급하며 “투표 결과는 새로운 입법회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중국 본토 거주자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홍콩으로 넘어올 필요 없이 심천·선전과의 접점인 형윈와이, 로우, 록마차우 등 3곳 투표소에서 투표하면 됐다. 하지만 이러한 본토 거주 유권자 20%만 투표에 참여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지하철과 버스가 무료로 제공된 탓에 시민들은 의미없는 선거를 ‘보이콧’하고, 가족 나들이에 나서면서 오션파크, 디즈니랜드 등은 위락시설에는 관광객이 넘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