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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강화’ 협찬·광고 줄줄이 손절…민주화 운동에 간첩 '뭇매'
방송중지 靑청원 하루만에 20만 돌파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JTBC 제공]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JTBC 새 드라마 ‘설강화’가 여론의 날센 공격을 받고 있다. 방송 전부터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설강화’는 18일 첫 방송 후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하루도 안 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데 이어 광고와 협찬도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19일 '설강화' 협찬사인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과 도자기업체 도평요, 기능성차 브랜드 티젠 측은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드라마 광고와 협찬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싸리재마을 홈피 캡처]

싸리재마을 측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JTBC 드라마 '설강화' 소품 협찬을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싸리재마을 측은 "1회에 우리 떡이 노출됐고 협찬 업체로 싸리재 로고가 올라갔다. 지난해 12월 지자체로부터 소개를 받아 연락한다는 드라마 제작 소품팀의 전화가 있었다. 귀리떡을 협찬해 달라는 거였고, 그동안 한번도 협찬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는 저희들은 떡 홍보가 될 거라는 단순한 기대로 협찬을 결정했다"라며 "출연 배우와 제목을 들었을 뿐 어떤 내용이 제작될거라는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강화'가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담당자에게 바로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며 "철회는 바로 적용이 되었으나 화면에 노출되는 로고는 12회까지 편집이 완료되어 바로 수정이 어렵다고 한다. 드라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역사왜곡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을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헤럴드DB]

도자기 업체 도평요 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어떠한 정치적 색깔도 없다. 협찬의뢰가 들어왔고 해당 드라마의 대본 혹은 줄거리에 대한 사전고지를 받은 바 없어 협찬에 대해 자세히 검토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라며 "협찬 전 제작사와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진행하게 돼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고 밝혔다.

기능성차 브랜드 티젠 측 역시 이날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최근 일어난 광고 협찬 문제로 인해 심려 끼쳐 드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직접적인 제작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 노출이었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티젠은 관련 드라마 제작과 일절 관계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청원 게시글이 30일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청와대 책임자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해당 드라마는 방영 전 이미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으며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해당 드라마의 방영 중지 청원에 동의했다”며 “당시 제작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1화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 했다.

청원인은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건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안기부에 근무하는 서브 남자주인공이 간첩인 남자주인공을 쫓아갈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온 점도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 노랜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 때 사용됐던 노래이며,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다.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 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게시 당일인 이날 오후 11시 10분쯤 정부 답변 기준인 동의 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중국식 한복, 월병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보다 빠른 속도다. 당시 ‘조선구마사’를 폐지해달라는 청원 글은 이틀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결국 조선구마사는 2회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다.

앞서 ‘설강화’는 지난 3월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돼 구설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남주인공이 운동권인 척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것, 또 다른 남주인공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로 묘사된 것 등을 문제 삼으며 역사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며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18일 첫 방송 이후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의견이 확산했고,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설강화’ 방영을 반대하는 일부는 드라마 제작 지원에 참여한 기업 불매 운동까지 나서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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