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18·서울체고)가 쇼트코스(25m)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는 1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1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1초60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150m 구간까지는 3위였으나 마지막 50m 구간에서 결승에 출전한 8명 중 가장 빠른 26초76의 기록을 내며 역영을 펼쳐 알렉산드르 셰골레프(러시아수영연맹·1분41초63)에게 0.03초 차로 앞서는 역전극을 펼쳤다.
지난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1 FINA 경영 월드컵 시리즈 3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때 작성한 자신의 최고 기록(1분41초17)을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메이저대회 첫 우승과 함께 한국 선수로는 2016년 박태환 이후 5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을 치르는 50m 정규코스(롱코스)의 절반 길이인 25m짜리 풀에서 기량을 겨루는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는 2년마다 열리며 1993년 시작해 올해로 15회째를 맞는다. 쇼트코스 대회 중에서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그동안 쇼트코스와 롱코스 모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은 물론 메달을 딴 한국 선수조차 박태환이 유일했다.
박태환이 새로 써 내려온 한국 수영의 역사를 이제 황선우가 이어받았다. 황선우는 쇼트코스와 롱코스를 통틀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박태환에 이어 두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황선우는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인 올해 도쿄 대회에서 자유형 100m 아시아 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47초56), 자유형 200m 한국 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1분44초62)을 새로 쓰며 세계 수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역시 쇼트코스 데뷔 무대였던 경영 월드컵에서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획득하더니 두 달 만에 메이저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세계 수영계의 중심으로 확실하게 들어섰다.
롱코스보다 턴을 많이 해야 하는 쇼트코스에서는 턴 동작이나 잠영 시 돌핀킥 등 기술적인 세밀함이 더욱 요구돼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레이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참가한다. 이번 대회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황선우와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 역시 롱코스에서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다. 1분42초27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한 덩컨 스콧(영국)은 황선우가 올해 도쿄올림픽 자유형 200m 결승에서 7위를 차지했을 때 1위 톰 딘(영국)에게 0.04초 차로 뒤져 은메달을 딴 선수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황선우를 유일하게 앞서며 전체 1위를 차지했으나 결승에서는 1분42초69로 7위에 머문 페르난두 셰페르(브라질)는 도쿄올림픽 자유형 200m 동메달리스트다. 1분42초29로 5위를 차지한 키어런 스미스(미국)는 도쿄올림픽 자유형 400m 동메달의 주인이다. 황선우로서는 앞으로 어느 대회에서건 메달을 다투게 될 경쟁자들을 누르고 자신의 메이저대회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선우의 시선도 '올림픽 금메달'에 가 있다. 고교 졸업을 앞둔 황선우가 대학 진학 대신 실업팀 강원도청에 입단하기로 한 것도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거쳐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내다보고 안정적으로 훈련에만 전념하기 위함이다. 황선우는 이날 금메달을 딴 뒤 대한수영연맹을 통해 "예전부터 목표했던 바를 하나 이뤘으니 남은 목표를 위해 점점 올라가는 계단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