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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어쩌나” 씨티은행 대출 고객 ‘속앓이’
통매각·장기상환 전환 딜레마
이자부담 등 소비자 피해 우려
금융위 “은행간 넘기는 것 가능”

씨티은행 대출 고객들이 속앓이하는 신세가 됐다. 기존 대출분에 대해 자산매각, 장기상환전환 등 폭넓게 논의되고 있지만 현실적 문제가 만만치않다. 씨티은행이 대출을 타은행에 통매각하더라도 가격 협상이 오래걸릴 뿐만 아니라 이후 대출금리 인상이 불보듯 뻔하다. 통매각 대신 ‘10년 만기 원리금분할상환’을 한다면 상환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수 밖에 없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와 관련해 소비자보호방안을 마련하고 금융감독원에 초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당국은 이 내용을 두고 협의에 들어갔으며 데드라인 없이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건은 대출자산 처리여부다. 지난 3분기 기준 씨티은행의 가계대출금은 약 12조원대, 이 중 개인신용대출이 9조원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금 모두를 보전하는 방법은 대출자산을 통매각하는 방식이다. 실제 씨티은행 이사회에서도 이같은 방법이 가장 먼저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매각 협상 과정에 시일이 오래걸리고, 소비자보호에 구멍이 생긴다는 점이다.

우선 타 은행에서 대출을 모조리 인수했을때 인수한 은행에 대출 총량규제 이슈가 걸린다. 금융당국이 이를 예외승인해준다고 해도, 가격 협상 문제가 만만치않다. 매각시 사는 쪽에서 대출 계좌별 실사(평가)를 해야 해서다.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지나 사후관리비용 부실률등을 ‘어떻게 평가 해 얼마에 사느냐’가 관건일 수 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은행 부실채권 문제가 생기면 대출 이자이익 등을 고려해 건전성에 따라 여신별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며 “결국 각 신용별로 가치산정을 어떻게 할건지 등이 가장 큰 문제인데, 요주의 등급까지 가져가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인수금액을 무조건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4대은행들이 씨티은행과의 협상 대신 개별로 프라이빗뱅커(PB)나 고객 빼오기 등을 추진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강력하게 인수해가라고 하지 않는이상 시중은행 입장에서 굳이 자산을 늘리겠다고 씨티 대출을 통인수할 유인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대출을 넘기더라도 추후 소비자들의 금리인상은 불보듯 뻔하다. 씨티은행 소호대출의 경우 금리가 평균 2%대 후반으로 3%대 초반인 타행보다 낮다. 은행 관계자는 “타행이 씨티 대출 떠안을 경우 사실상 노마진 상태로 가져오는건데, 자금조달 문제를 고려하면 종국에는 대환을 통해 씨티 고객들의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분할상환도 쉽지 않다. 신용대출의 경우 ‘3년 일시+10년 분할’ 전환이 논의되고 있지만, 차주 입장에서는 상환부담을 피할 수 없다. 씨티은행은 과거 지점통폐합 이후 본사 차원에서 저금리 정책을 쓰며 신용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액이 크기 때문에 부담은 더욱 커진다. 씨티은행에서 1억5000만원 주담대를 30년 분할로 이용 중인 한 씨티은행 고객은 “한달에 원금 50만원, 이자 40만원해서 90만원이 나가는데 10년으로 줄게되면 월 270만원 정도로 부담이 확 뛰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간 대출자산을 넘기는 것이 현재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금융위 인가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협의가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가지는 것 알고 있다”면서도 “사안이 결정되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정은·박자연 기자

lucky@heraldcorp.com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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