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피의자 통화내역 상대방 일일이 대조

정보 확인시 영장 없이 통화 여부·빈도 확인 등 가능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규정 담은 입법안 발의도

또 불거진 ‘영장없는 통신조회’ 논란…수사기관 관행 도마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인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장 없이 자료를 확보하는 수사기관의 관행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올 8~10월 TV조선,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 복수의 법조기자들의 통신자료를 확보했다. 헤럴드경제 취재기자 3명에 대해서도 총 5회에 걸쳐 정보를 받았다.

통신자료에는 가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 등 기본 정보가 담겨 있다. 다만 이 자체로 통화내역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언제, 어떤 번호를 가진 상대방과 통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확보하는 이유는 피의자나 참고인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뒤 거기에 기재된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통화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확인하면 누가 언제, 얼마나 자주 통화했는지 특정이 가능하다. 사실상 영장 없이 통신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이러한 사실을 통신사를 통해 조회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고, 통신사도 기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영장주의를 우회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그동안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조회를 당한 사람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 개선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통신자료 제공 사항을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을 삭제하라고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국회에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법원, 검사, 수사기관장은 통신정보를 제공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정보를 확보한 사실은 물론 제공받은 사유와 조회 기관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들어갔다. 통지의무를 부과할 경우 수사 밀행성을 침해한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반대 의견도 상존한다. 법안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국가 안전 보장이나 수사에 방해가 될 우려가 현저한 경우 60일까지 통지를 유예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허 의원은 입법제안서를 통해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자료로서, 통신의 내용과 결합될 경우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자료 제공 요청이 이뤄지고 당사자에게 제공 사실을 통지하는 절차도 두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경우 수사 중인 사건에 비해 지나치게 통신조회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수처에서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사안은 주로 부패범죄나 공안사건이 아니라 윤석열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것으로,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같은 유무죄 판단이 모호한 사안들이다. 수사기관은 통신조회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사건과 관련한 것인지 파악되지는 않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팀은 이 가입자 명단과 통화내역을 토대로 수사상 주목하는 특정 시점과 기간에 통화량이 많거나 하는 등 특이 통화 패턴을 보인 유의미한 통화 대상자, 반대로 통화량이 적거나 해서 수사상 무의미한 통화 대상자를 구분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련성이 없는 이들을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