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재무장관 원전 놓고 대립각
전문가들 ‘EU 친환경 편입’ 무게
블룸버그 “22일 분류 여부 발표”
유럽연합(EU)이 조만간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기술로 분류할 지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가 EU 내 ‘친(親) 원전’ 세력을 이끌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반(反) 원전 세력의 대표 국가인 독일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을 모아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양국 재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성사된 올라프 숄츠 독일 신임 내각 출범 후 첫 만남에서 원전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브루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융 시장 규제와 재정 정책 협력 등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지만, EU 내 원자력 발전의 역할에 대해서 만큼은 합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고,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신임 재무장관도 “원자력 발전 문제는 (독일과 프랑스가) 합의하기 어려운 논쟁거리”라고 했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조만간 원자력 발전을 ‘녹색 분류 체계(그린 택소노미, Green Taxonomy)’에 포함시킬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독·프 양국이 절충점을 찾으려 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EU가 오는 22일 원전의 친환경 산업 분류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 보도했다.
이날 EU가 원전을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시킨다면 당장 1조유로(약 1337조원) 규모의 EU 기후변화 대응 투자 예산(그린 딜)을 원전에 쓸 수 있게 되고, 관련 기업들은 녹색채권을 발행해 더 많은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기존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영국 서식스대학교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ISM) 연구팀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 게재 논문을 통해 “원전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 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능력과 이득이 억제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원전 문제가 프랑스와 독일 양국 지도자의 국내 정치적 입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취임 초 ‘탈(脫) 원전’ 목소리를 높이다 최근 원전 확대 정책을 사실상 내년 4월 치러지는 대선의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원전이 EU에서 친환경 산업으로 인정받는데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숄츠 총리도 연정 한 축을 담당하는 녹색당의 강경한 탈 원전 기조를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임기 초부터 지도력에 타격을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EU에서 반 원전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EU가 원전을 친환경 투자 대상으로 편입할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모든 사항은 각 회원국 추천으로 임명된 27명 집행위원의 다수결로 결정되는데, 원전을 녹색 산업으로 편입하자고 주장하는 국가가 더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반 원전파 국가들은 쉽게 승복하지 않겠다며 벌써부터 공언하고 있다. 독일과 함께 녹색 분류 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낸 오스트리아 정부는 “EU 지도부가 원전 녹색 분류 체계 편입을 강행할 경우 소송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가 원전을 친환경 사업이라 명확히 규정하기보단 ‘과도기적 활동’ 등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절충안을 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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