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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핀테크 협업 인센티브?...‘말로만’
핀테크 지분 투자 불발 잇따라
은행 핀테크 인수 '법'에 막혀
15% 이상 지분 소유하려면
70% 이상 은행업 매출 필요
‘배보다 배꼽’...투자 걸림돌 작용

최근 한 시중은행은 사용자 경험(UX) 개발회사를 인수하려던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핀테크 업체를 넓게 해석한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핀테크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당 ICT업체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외부 법무법인 의뢰 결과 은행법과 접촉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은행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의 은행업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은행법 규정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은행권 경영 현장에서 핀테크 가이드라인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다. 은행의 핀테크 지분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은행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 만으로는 은행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은행법 개정 등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가이드라인’ 개선을 위해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핀테크 업체와의 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활성화를 위해 현행 핀테크 투자 가이드리인을 개선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0월 시행된 ‘핀테크 가이드리인’은 당초 올해 10월까지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9월 유효 기간이 내년 10월까지 1년 연장됐다. 핀테크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 출자 가능한 핀테크 기업의 정의와 출자 승인 절차 등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은 핀테크 업체를 자회사로 소유하고, 핀테크 업종을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만 믿고 핀테크 업체에 투자하는데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없어지면 법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고 말했다.

은행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은행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지분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업체에 한해서는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해당 업체를 자회사로 소유할 길을 열어뒀다. 이를 위해서는 피투자 업체가 은행업 관련 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의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금융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ICT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은행 디지털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또는 데이터 활용 관련 ICT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15% 이상 지분을 투자하기 위해 별도로 은행업 관련 매출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핀테크 투자에 소극적이다. 현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이 투자한 핀테크 업체 26곳 가운데 은행 지분이 15% 이상인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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