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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웃고, 美·유럽은 울었다 [헤럴드 뷰]
中 WTO 가입 20년 명암

11일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꼭 20년 되는 날이다. 한 외신은 이 기간을 ‘차이나 쇼크’라고 했다. 중국의 경제 위상은 크게 올랐지만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을 ‘글로벌 무역 텐트’에 초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서다. 그래서 WTO 개혁 논의가 나오지만 모든 게 불확실하다. 해법 찾기가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은 WTO가 아닌 거대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또 다른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 20년의 명암이다. ▶관련기사 6면

10일 WTO·세계은행(WB)·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WTO 가입 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6위국이었는데 가입 후 2위 경제대국으로 뛰오올랐다. GDP가 20년 만에 2배가 되면서다. 중국의 수출량은 WTO에 가입한 해 2720억6000만달러(약 320조원)에서 지난해 2조7230억달러(약 3203조원)로, 10배가량 늘었다. 외국인 직접 투자도 4배 증가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무역 체제에 합류한 혜택이 명확하다.

미국 등 서방의 계산서는 다르다. 중국이 WTO에 들어온 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830억달러(약 97조6495억원)였는데 지난해 9월 기준 2554억달러(약 300조4781억원)로, 3배가량 불었다.

중국과 거래할수록 미국에선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지난해 1월 낸 자료를 보면 2001년~2018년 370만개의 미국 일자리가 증발했다.

중국은 웃고, 서방은 울게 된 원인 분석의 결과는 한 곳에 수렴했다. 중국이 WTO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지식재산권 도용 등으로 무역질서를 어지럽힌 게 지목됐다.

서방으로선 중국을 세계 무역 시스템 안에 넣어야 권위주의 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런 가정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관행 등에 제동을 걸지 않는 WTO를 비난하고 ‘관세 폭탄’을 무기로 삼아 미-중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딱 떨어지는 해법 도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미국의 강압적인 대응이 중국이 자국 공기업을 지원하는 걸 막지 못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둘 다 중국의 만행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경제부흥을 위한 경제 어젠다에 집중하면서 WTO 개혁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일본과 함께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맞선 3국 파트너십을 갱신하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이 파트너십은 중국 국영기업의 시장 왜곡행위·지식재산권 도용 억제를 위한 새로운 규제 마련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WTO 개혁에 앞장서 새로운 무역규칙을 수립한다면 가장 큰 개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혜정 기자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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