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EU “‘운전사’ ‘배달원’도 근로자”…‘긱경제’ 근간 흔들린다
EU집행위, 피고용자 지위 부여하는 새 규정 제안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코 우버 본사 입구. [AFP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유럽연합(EU) 27개국이 운전사, 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를 피고용자, 근로자 지위로 인정하는 새 규정 제정을 추진한다.

우버, 딜리버루 같은 공유플랫폼 사업에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서비스와 사람을 고객과 이어주는 '긱 경제(Gig Economy)'가 '노동 유연성'에 발목이 잡혀 존립 자체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피고용자,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게 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제안했다.

EC는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 개별 국가에서 공유 플랫폼간 기존 산업계와의 충돌, 플랫폼 노동자의 불만이 잇따르자 정리에 나선 것이다.

EU 집행위는 현재 역내에서는 2800만명 이상이 디지털 노동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50만명은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EC는 5가지 기준을 설정한 뒤 이 중 최소 2가지에 해당하는 플랫폼 업체는 법적으로 '고용인'으로 간주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업체는 EU와 개별 회원국 법이 규정한 고용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해당업체 종사자는 '근로자'의 지위에서 최저 임금, 단체 교섭, 근로 시간 및 건강 보호, 유급 휴가, 실업수당 등 노동, 사회적 권리를 받을 수 있다.

5가지 기준이란 플랫폼 업체가 ▷종사자의 보수 수준을 결정하는지 ▷유니폼 등 외모와 품행 기준을 설정하는지 ▷업무의 실적을 감독하는지 ▷업무 시간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지 ▷제3자를 위해 일할 가능성을 제한하는지 등이다.

플랫폼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종사자들을 독립된 계약자, 자영업자로 분류해 유급휴가나 실업수당 같은 고용에 따른 추가 비용이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우버 측은 CNBC에 "그동안 우버는 수십만명의 운전기사와 배달기사를 위해 유연한 근무를 보장해 왔다"며 "EC의 제안은 수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전염병 유행 속에 소비자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들을 손상시키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버는 새 규정안이 공포되면 유럽 전역에 걸쳐 배달기사 25만명, 운전사 13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또 EU의 기준이 너무 모호해 법적으로 명확해지기는커녕 서로 다른 해석을 낳아 더 많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내 배달 플랫폼들의 연합인 유럽배달플랫폼(DPE)은 성명을 통해 EU의 기준 설정이 "플랫폼 노동자와 식당, EU 경제 전체에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EU의 제안은 시행되기 까지 여러 법적 절차를 밟아야한다. 앞으로 유럽 의회와 EU 27개 회원국에 의해 논의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AFP는 보도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지위를 어떻게 봐야 하는 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오래됐다. 유럽 전역의 법원들은 거의 10년 동안 이와 비슷한 논쟁에 대해 100건이 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수백 개의 사건들이 법원에 계류돼 있다.

법원마다 판단도 달랐다. 벨기에에서는 최근 딜리버루 배달원들을 피고용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영국 대법원은 지난 2월 우버 운전자들이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법이 적용되는 근로자 신분이라며 최저임금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영국 대법원은 당시 “우버 운전 기사들도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휴일수당, 연금 등을 받을 권리가 있는 근로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만장일치 판결했다. 우버는 결국 영국 내 우버 기사 7만명을 근로자로 재분류하고, 의료보험과 휴일수당, 연금 혜택까지 제공키로 했다.

혁신 산업에 우호적인 미국에선 플랫폼 경제 특히 우버 같은 차량공유 분야에 연방법이나 주로 주(州) 법,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시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가장 구체적이다.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노무수행계약과 사실상 업무 수행이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운 자 ▷사용자가 업무의 통상 과정 이외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 ▷업무수행과 관련된 동일한 성격의, 독립적으로 수립된 거래, 일 또는 사업을 하는 경우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로 충족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분류한다.

일본 정부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 가운데 '자영형 텔레워크 종사자'(크라워드 워커 포함)에 대한 노동법 상 법적 보호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입법 논의 단계는 아니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 보호를 위한 입법 활동은 없고 강제성을 띠지 않은 가이드라인 정도만 나온 상태다.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