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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여관 X 루비살롱’...1960년대 여인숙으로 ‘시간여행’
항해 마치고 돌아온 선원들의 쉼터
인천 옛 개항장 자리 버려졌던 공간
카페·공연장 갖춘 복합문화공간 변신

자개장·간첩신고 포스터·깨진 타일...
시간의 흔적 유지한 ‘빈티지 콘셉트’
SNS·입소문 타고 ‘힙스터 성지’로

인천 중구 신포동 골목은 요즘 ‘인천의 힙지로(힙과 을지로를 합친 신조어)’로 불린다.

한국 근대사를 고스란히 품은 인천의 옛 개항장이 자리한 신포동. 요즘 이곳은 ‘인천의 힙지로’로 불린다. 일부러 찾기도 어려운 좁다란 골목길에 자리한 비밀스런 출입문을 열면 타임슬립이 시작된다.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세계로 떠나는 짧은 시간 여행이다.

‘인천여관 X 루비살롱’은 이름만으로는 온전히 정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1965년 여관으로 태어나 선원들이 묵었던 이 곳은 1990년대에 들어서며 대형 숙박시설들과의 경쟁에 밀리다 문을 닫고 10년간 버려졌다. 이 지역이 난데없이 ‘힙스터 성지’로 떠오른 것은 2017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면서다. 그 때부터 카페이자 전시장, 공연장으로 운영된 이곳은 지역주민들의 문화 교류의 장이 됐고, 전국의 관광객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SNS 명소’가 됐다.

인천여관 X 루비살롱을 만든 주체가 독특하다. 음악레이블 루비레코드가 주인공. 2008년 부평 모텔촌에서 ‘루비살롱’이라는 이름의 공연장으로 출발, 2011년 문을 닫고 서울 홍대로 옮겨 레이블 루비레코드로 새롭게 도약했다.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는 “‘인천여관 X 루비살롱’은 루비레코드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루비살롱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여관 건물을 재생해 선원들이 묵던 공간을 그대로 살려 재생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고향이 다시 이규영 대표를 인천으로 불렀다. 일본에서 재생건축을 공부한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가 새로운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기존 건물이 품은 역사와 의미를 살리기 위해 원형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었다. 총 3층의 건물은 여관의 골조가 된 깨진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라나 보인다. 1층의 음악감상실과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2층의 전시공간이 자리하고 곳곳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의 공간이 조성돼있다. 곳곳의 공간의 기존의 여관 건물의 방과 화장실을 보존했다. 2층은 특히 흥미롭다. 50여년 전 선원들이 노고를 달래던 방들이 세 개의 독립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창작 전시물을 선보이는가 하면 소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여관의 화장실을 살려 깨진 타일이 노출된 벽조차도 전시의 일부로 운치있게 자리한다.

공간은 구석구석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빈티지’다. 근현대를 다룬 영화에서 볼 법한 자개장, 낡고 검은 피아노, 자개 테이블에 파란 날개의 선풍기, 간첩신고 포스터에 옛 연예인들의 사진까지 자리한다. 이규영 대표는 “이 곳이 구도심이라 예전엔 빈티지한 소품이나 테이블을 구할 수 있는 데가 많았다”며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두자는 의미에서 레트로한 아이템으로 채우게 됐다”고 말했다. 애초 “특별한 콘셉트를 가지고 꾸민 것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나니 의미가 쌓이고 콘셉트가 명확해졌다. 한 공간을 빼곡히 채운 2000여장의 LP는 정겨운 음악감상실의 분위기를 풍기며 또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가 됐다. “LP 가게를 하다 망했던” 이 대표의 소장품들이 이 곳을 채웠다. 음악 레이블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만큼 ‘인천여관 X 루비살롱’에선 음악도 공간을 꾸미는 요소다. 스포티파이를 통해 매주 2~3개씩 공개되는 플레이리스트도 공개하며 공간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천여관 X 루비살롱엔 자타가 공인하는 포토존이 있다.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선원들이 몸을 녹이던 욕조”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 ‘와썹맨’의 박준형이 방문해 이 욕조에 직접 몸을 누여 더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그 시절의 욕조를 그대로 살렸더니 인증샷 필수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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