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측 “전국 다닐 계획…상경계획 없다”
천하람 “대선 위기감 커”…尹 “무리하게 연락 않겠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오는 6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불참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국민의힘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당 대표가 중앙 당무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문제해결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 선대위는 출범을 앞두고 최대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 측은 2일 헤럴드경제에 “아직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 없다”며 “전국을 다니며 현안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입장이 윤 후보에게 관철되지 않으면 ‘선대위 보이콧’을 해나갈 것이라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새벽 전남 여수에서 출발한 여객선을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4·3평화공원 참배 후 4·3 유족들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날 이 대표와 만난 순천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이대로 가면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이 대표는 자기가 생각하는 이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보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윤 후보가 이 대표의 파격적인 ‘선대위 보이콧’ 조짐에 별다른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는 않으면서 당 내분 조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 지역 일정을 소화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부산에 리프레시(재충전)하기 위해 간 것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까지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별도로 연락을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당 대표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며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문제해결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상층부 권력다툼’에 매몰됐다는 비판에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상황이 계속될수록 윤 후보에게 좋을 게 없는 게 사실”이라며 “후보가 적극 포용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회부의장인 정진석 의원, 권성동 사무총장, 주호영‧권영세‧서병수 의원 등 당내 중진은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후보가 이 대표를 복귀시키는 데에 노력해 달라”는 취지로 윤 후보에게 의견을 전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변호사는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선대위 방향성과 인선에 위기감을 느꼈다며 “제대로 된 타기팅이나 콘셉트 없이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모든 토끼를 잡겠다’는 안철수식의 선거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또 “현재의 (선대위) 인선이 신속하고 정확한 선거캠페인을 하기 적절한가. 소위 말하는 ‘파리떼’나 ‘하이에나’ 같은 분들이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고 천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와 선대위 구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의 핵심 관계자)’이 갈등을 증폭한 부분도 이 대표가 ‘잠행’을 결심하게 된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천 변호사는 이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오히려 선거전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에도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