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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 보호냐? 재산권 침해냐?...규제 명분 된 금소법
내년 1월부터 적합성·적정성 엄중 적용
‘필요한 조치 vs 과도한 보호’ 의견 팽팽

내년부터 대출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엄중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출 취급시 서류나 심사절차를 까다롭게 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잉보호’로 대출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적합성’과 ‘적정성’ 두 원칙을 엄중히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가계 대출 취급시 관련서류, 심사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을 추진하고 개선 사항을 정비할 방침이다. 적합성·적정성 원칙 준수 여부를 점검해 위반한 곳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적합성은 금융사가 올바른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금융소비자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적정성 원칙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금융상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소비자에게 해당 상품이 적정한지 파악해야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미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대출성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는 소비자 재산상황, 신용 및 변제계획을 확인해야한다. 느슨히 적용되고 있는 금소법을 적용해 금융사의 자체적인 대출관리 시스템을 내실화하고 약탈적 대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각 금융사별로 대출자에 대해 상환능력, 재산상황 등을 받고 있지만 적합성, 적정성 원칙을 어떻게 각 사별로 맞게 적용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없었다”며 “은행에 모범 사례로 공유할만한 케이스가 있을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을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불필요한 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과 과도한 규제로 인한 과잉보호라는 지적이 팽팽하다.

그동안 대출자의 재산상황 파악은 형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재산상황은 각 은행에서만 확인이 가능할 뿐 수신정보의 경우 은행끼리 정보시스템이 연동돼있지 않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얘기하는 재산 현황에 의지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마이데이터가 내년 1월부터 허용돼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조회·관리할 수 있지만, 고객들이 이런 이유로 동의해줄지도 미지수다.

재산권 침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적합성·적정성 원칙은 적용되고 있는데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보호가 가장 필요한 금융투자 상품의 경우 투자 경험 등이 주 기준으로 평가된다. 당국이 대출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미 영업점에서는 대출 규제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9년 한 법률가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가 대출하겠다는데, 심사도 하기 전에 고객들에게 적정한 상품이 아니니 권유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애매한 부분”이라며 “투자자보호가 가장 필요한 투자상품의 경우 투자경험 등을 주로 보는데, 대출에 대해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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