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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산장악하던 인쇄회로기판 약품, 10년 만에 ‘1위’된 비결은…[비즈360]
10년 전 외산 89% 달하던
수평화학동도금 국내 시장
오알켐 전경련 ‘경영닥터제’ 덕분에
점유율 33% 국내 1위로
소재 국산화·글로벌 도약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3일 경기도 안산시 소재 인쇄회로기판(PCB) 및 반도체 패키지 공정 화학소재 생산 전문기업인 ㈜오알켐을 방문해 인쇄회로기판(PCB)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반도체·첨단전자기기의 인쇄회로기판(PCB) 공정에 필요한 ‘수평화학동도금’ 약품. 900억원 규모의 수평화학동도금 국내 시장에서 2011년까지 외국산 약품의 점유율이 89%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약 10년 만에 점유율 33%를 차지하며 1위로 치고 올라온 업체가 중소기업 오알켐이다.

오알켐은 1991년 설립된 PCB 및 반도체 패키지(PKG) 공정 화학소재 생산 전문기업이다. 종업원 수 117명에 불과한 오알켐이 소재 국산화와 수입 대체에 성공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경영닥터제’의 역할이 컸다.

경영닥터제는 대기업의 1·2차 협력업체(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6개월간 현장 중심 자문을 진행하는 전경련의 프로그램이다. 2004년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전직 CEO 및 임원 40인이 참여해 출범한 이후 1만861개 기업에 자문 2만2265건(2020년 기준)을 제공했다.

지난 23일 경기 안산시 오알켐 본사에서 전경련 자문 우수기업 상패를 수여한 이재현 대표이사는 “전경련 경영닥터제가 없었다면, LG이노텍의 지원으로 진행된 PCB 수평화학동도금약품의 양산을 위한 제품 테스트가 불가능해 시제품은 실험실에서 폐기되고 회사는 경쟁사에 밀려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평화학동도금은 PCB 공정 중 미세한 구멍 내벽에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동으로 정밀하게 도포하는 기술로 까다롭지만 원가절감에 큰 도움을 준다. 기술 집약도가 높고 기판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인 만큼 국산 약품은 신뢰성을 이유로 제조업체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오알켐은 PCB 화학소재 국산화를 위해 2000년 사내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수년 동안 기초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임직원의 40%가 연구 인력일 만큼 이재현 대표이사는 ‘판매’보다 ‘제조’에 집중했으나 대기업의 신뢰를 판로를 확보하는 데까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하던 2013년 오알켐이 찾은 돌파구는 전경련의 경영닥터제였다. LG이노텍은 청주·오산구미공장의 생산라인과 부자재를 제공하고, 연구개발 및 품질전문가를 지원하는 등 제품 신뢰성 검증을 위한 전 과정을 지원했다. 이 결과 오알켐의 201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4% 증가했고 이노텍도 외산 제품을 오알켐 제품으로 대체해 원가절감 효과를 누렸다.

경영자문단으로 참여했던 LG그룹 출신 남기재 위원은 “오알켐의 자생적인 DNA에 전경련 경영자문단만의 협력이 더해져 만들어낸 독특한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남 위원은 “약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원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DNA를 발견했다”며 “경영자문단은 현장에서 눈으로 (중소기업의) 실력을 확인하면 (믿고 맡길) 자신이 생기고, 대담한 결단을 내려 우리 산업에서 서로 상생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오알켐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경영닥터제를 찾았다. 매출이 꺾인 2018년 김영덕 전 삼성전기 상무의 자문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해 성장세를 되찾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올해도 삼성전기와 함께 경영닥터제에 참여해 해외법인 관리와 환리스크 관리 등에 관한 자문을 받고 있다.

이날 오알켐을 찾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선생이 아무리 가르쳐도 학생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데 오알켐의 자세로 협력이 150%, 200% 발휘됐다”고 호평했다. 이어 “협력사의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이며,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며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촉진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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